(1) 김준호 씨와 왕동 씨는 길거리의 간판을 보면 이야기를 합니다.
왕동: 준호 씨, 뭘 그렇게 열심히 보시나요?
준호: 아, 간판을 보고 있었어요. 전 요즘 중국어로 외국말을 표기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요. 길가의 간판을 보면 외국어를 중국어로 표기한 것을 많이 볼 수 있지요. 뭐랄까요, 중국인들의 재치랄까, 단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아무렇게나 하지 않고 많은 궁리를 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왕동: 어떤 걸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준호: 영어의 Coca-Cola를 ‘可口可乐’라고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음을 비슷하게 하면서, 한자만이 갖고 있는 의미도 살리는 방법, 참 좋은 것 같았어요.
왕동: 한국에서는 ‘코카콜라’라고 쓰지요? 발음은 비슷한 것 같아요.
준호: 그렇기는 하지만, 그건 원래 한국에 없는 말이지요. 한국에서는 소리글자를 쓰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비슷한 소리로 옮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왕동: 맞아요. 한국어를 배울 때, 힘든 것 중 하나가 외래어, 또는 외국어 단어를 이해하는 일이에요.
준호: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자신의 모국어도 잘 지키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왕동: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 낸 좋은 단어가 있잖아요.
준호: 그게 뭐죠?
왕도: 비퍼(Beeper)도 아니고, 무선호출기(無線呼出機)도 아닌, 삐삐 말이에요.
준호: 하하, 그렇군요. 그거야말로 순 한국어이면서, 한국 사람들한테 그 물건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지요.
(2) 유민 씨와 최지애 씨는 영어 사전을 보며 아야기를 합니다.
지애: 중국에서는 토플(TOEFL)을 뭐라고 표기해?
유민: 托福라고 해. 발음이 비슷하지?
지애: 그렇구나, 발음도 발음이지만, 뜻이 정말 재미있다.
유민: 후후, 맞아.
지애: 그럼, 스튜어디스(stewardess)는 뭐라고 하지?
유민: 空中小姐. 이건 발음은 상관없이 뜻이 통하게 만든 말이지.
지애: 하지만 사람 이름이나 지명 등은 어쩔 수 없이 음이 비슷한 말을 찾아 써야 하겠구나.
유만: 그렇지. 고유명사의 경우에는 뜻을 번역할 수도 없고, 음과 뜻이 다 통하는 말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
지애: 한국어도 비슷해. 뜻이 통할 수 있는 고유어나 한자어가 있으면 가능한 한 그걸로 바꾸겠지만, 고유명사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지.
(3)
국가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왕래가 잦아지면서, 외국으로부터 많은 문물이 들어오게 됩니다. 특히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지구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동시에 전 세계로 알려지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기 나라에는 없는 현상이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접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당장 그 현상이나 물건을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나 문물에 대해 고유어나 한자어를 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들어 씁니다. 그러나 워낙 많은 현상과 문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아예 외국어를 그대로 쓰되 한국말로 비슷하게 표기를 하기도 합니다. 영어의 computer를 ‘셈틀’이라고 할 때는 순수한 한국말을 써서 만든 경우입니다. ‘전산기(電算機)’는 한자를 이용해서 만든 말이며, ‘컴퓨터’는 외국어를 소리나는 대로 한국어로 표기한 것입니다. 이셋 중 특별히 어떤 말을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 점차 다른 단어를 밀어내고 단일한 던어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현재는 ‘컴퓨터’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중에서 ‘한글 사랑’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컴퓨터’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셈틀’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새로운 말들은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한국어에도 점점 영어에서 온 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외래어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써 온 ‘서클(circle)’이라는 말을 ‘동아리’라는 고유어로 바꾼 경우도 있습니다. 또 ‘도우미’라는 예쁜 말을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국어를 지키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외국 문물을 제일 처음 전하게 되는 사람들, 즉 기자나 교수 같은 지식인들이 좀더 많이 노력한다면 한국말은 더 풍부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