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통역사 자격을 딴 후 최 교수가 맡은 첫 통역은 1981년 당시 윤석헌 주불대사와 프랑스 미셸 조베르 대외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이었다.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른 후 그는 국제회의에서는 빠지지 않는 단골이 되었다. UPU(만국우편연합), IPU(세계의원연맹),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서울 총회, ASEM 런던 정상회의, APEC 마닐라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1800여회 이상 통역했다.
86년 한불수교 100주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5명의 대통령의 한불 정상회담 통역을 진행했다. “첫 정상회담 통역이 전두환-미테랑 대통령 통역이었는데 처음이라 무척 떨렸죠. 본격적으로 통역사 활동한 게 81년부터니까 5,6년차에 의뢰를 받은 거죠. 어린 나이에 국가 원수를 만난다는 생각에 처음 1,2초는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눈치 못 챘지만, 저한테는 2, 3년보다 더 긴 시간 같았습니다.”
최 교수에게 통역을 의뢰하는 쪽은 90%가 프랑스다. 한국의 경우 정상회담 통역은 대부분 외교관이 담당한다고. 5명의 대통령 중 노무현 대통령과 알제리 부트플리카 대통령 간 정상회담도 통역은 한국정부에서 의뢰해 진행된 경우다. 통역으로 확정되어도 담당 통역사에게 특별히 주어진 ‘팁’은 없다. 양국 현안과 국제 문제 등을 통역사가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양국 정상이 만날 때 쌍무회의만 하는 건 아니에요. 국제현안, 그러니까 테러나 기후변화문제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한 전 세계 현안과 양국 현안을 함께 의논 합니다. 한국과 프랑스 모두 아셈회원국이니까 지역별 현안도 얘기하죠.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당시 떼제베와 핵 발전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어 최 교수는 “통역사는 보안이 중요한 직업이에요. 통역의 구체적인 내용은 절대 통역사의 입에서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고 했다.
[출처] [통역사]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작성자 바르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