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통역사도 ‘끼’가 중요해. 컨디션, 신체조건, 기분에 따라 그날그날 통역 내용이 달라지지. 연사와의 궁합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야. 잘 맞아서 신들린 것처럼 통역이 잘되는 날이 있어. 또 끼를 타고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만 3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안정된 궤도에서 실력을 측정할 수 있으니 이른 포기는 금물이야.”
교수님은 1980년대 중반, 막 통역사가 활동하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처음에는 못 미더워하다 한번 시켜보니 외국 클라이언트들이 만족을 표해 의학, 치의학, 금융, IT로 점차 분야를 넓혀갔다는 얘기, 일본어의 경우 당시 경제·사회적 책임 큰 어르신들은 대부분 일어를 조금씩 해 어설픈 실력으로 부스로 찾아와 “틀렸다”며 따지곤 했다는 얘기, 유럽에서 북한 통역사를 만나 반가운 한편 신기했다는 얘기들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기반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로새기게끔 했다. 해 질 녘, 교수님과 나는 “곧 동료 통역사로 필드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출처] [통역사]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작성자 바르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