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이 탄탄하고 평소 박학다식한 사람들은 더러 수개월 만에 붙기도 한다. 출발점이 다르기에 준비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법학을 전공한 친구는 작년에 학원에 얼굴 몇 번 비추는가 싶더니 합격했더라.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와 영어가 유창하거든. 한국어, 영어 모두 언어능력이 탁월하고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면 시험 유형만 익혀도 합격하기가 수월한가봐”라고 영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렇지만 네이티브라도 한국어가 부실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다. 특히 외대는 한국어 시험과 한국어 에세이 시험이 있기에 더 그렇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번 창피당하고 혼나던 수업과 스터디 6개로 굴러온 10개월의 세월이 머릿속에서 활동사진처럼 넘어갔다. 무엇보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심정적으로 의지가 됐던 건 ‘스파(스터디 파트너)’들이다. 통대 공부는 한 사람이 연사가 돼 지문을 읽고, 한 사람이 다른 언어로 통역하며 서로 실력을 평가해주는 형식이라 스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 논리, 문법, 어휘, 시제, 한국어 등 스터디 멤버마다 장점이 달라 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크다.
드디어 시험. 1차 에세이 시험 주제는 ‘KBS 시청료 강제 징수에 대한 찬반론’. 오만 가지 주제로 에세이를 연습했지만 하필이면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주제다. 그래도 논리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위로 삼아 꼼꼼히 적어내려 갔다. 1차 에세이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생각에 2차 시험까지 남은 1주일 동안 좌불안석으로 지냈다. 틈틈이 스파들과 시험대형으로 앉아 ‘아이컨택트’를 연습하며 대비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긴장돼 단순한 언어만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언어는 간단하게 사용하되 퍼포먼스를 살리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아무래도 구술시험을 망친 것 같다. 발표까지 흰 약처럼 쓰디쓴 시간을 견디던 중 예상외로 낭보가 날아들었다. 합격이다. 야호!
[출처] [통역사]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작성자 바르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