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앞장서서
걷고 있는 정현
한 발자국 뒤에 따라오는 동욱
동욱이 뒤에 바짝 따라오고 있는 수아,
열심히 산을 오르는 그들의 모습 이어지면서 붉은 하늘 점차 어두워지고
점점 거세어지는 눈발
사나운 바람소리-
동욱 (소리치는) 갑자기 웬 폭설이냐? 이거 돌아서 내려가야 되는 거 아냐?
정현 뭐?
동욱 철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
정현 폭풍 올 꺼 알고
일부러 등산시키는 거 아닐까?
수아 맞아요.
이유불문 폭풍을 뚫고라도 앞으로 가야해요.
그렇잖음 탈락이라구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가다가 서서
GPS 꺼내드는 정현
동욱 (불안해서) 야, 이 방향 맞어?
정현 (헤드랜턴으로 GPS 들여다보며) 맞겠지
동욱 맞겠지, 라니, 산귀신이
그딴 소릴 함 어뜩햄마!
정현 맞아, 길이 이거뿐이잖아
동욱 뭔 길이 고새 이렇게
(미끌, 휘청!!) 으악!!!
수아 (그 바람에 쭈루루
미끄러져 내려가는) 아악!!!
몸의 균형을 잃은 채 미끄러져 내려오던 수아.
나무 등걸에 부딪혀
나뒹군다.
급하게 뒤쫓아 뒹굴며 내려오는 정현, 동욱.
엎어졌던 수아,
몸 추스르며 일어나는데
두사람 괜찮아요?
얼굴 찡그리며
다리 움켜쥐는 수아
정현 다리 다쳤어요? 어디...
수아, 엉거주춤 일어나려다 다시
풀썩 주저앉으면
정현 얼른 부축하고, 난감해 하는 동욱 핸드폰 꺼내
지도 그려진
안내문에 있는 전호번호를 찍는다. 불통.
동욱 안 터지는데?
난감한 세 사람. 주위를 둘러보면
멀리 힘겹게
걸음 옮기며
멀어지는 사람들.
동욱 (소리 지른다) 이봐요! 이봐요!
여기 사고 났어요!
사람들 그대로
눈보라 속에 사라져가고
동욱 (다른 쪽을 향해) 이봐요!
도와줘요. 여기 사고 났다구요-!
난감한 표정 짓던 정현,
수아의 배낭을 턱 동욱에게 안긴다.
정현 너 먼저 A POST로 가서
구조대 보내, 뒤따라 갈테니까
동욱 (겁먹은) 핸드폰도 안터지는데,
길 잃어버림 어쩌라구?
정현 (GPS 주면서) 니가 갖고 가! 이것만 있음
찾아갈 수 있을 거다
동욱 (수아의 배낭 앞에 다 매며)
넌? 길 알어?
정현 (씩 웃으며)
산귀신 아니냐, 이 몸이!
동욱 알았다. 최대한 빨리 가서, 구조대 보낼게, 간다!
동욱 가면, 정현
주저 앉아있는
수아의 발목을 잡는다
수아 아아!
정현 여기에요?
수아 네. 발목이.....
정현 삔 거 같은데.... (발목 살피다가 등을 대주며) 일단 업혀요
수아 네?
정현 여기서 밤샐 거예요?
수아 구조대... 온댔잖아요
정현 (단호히) 얼어죽기 싫음
얼른 업혀요
수아 잠시 망설이다 업힌다. 수아 업은 채 걷기 시작하는 정현.
수아 어색해서 자꾸만 몸이 곧추서는데.
정현 (다소 나무라듯) 힘 좀 빼요
수아 (민망) 내릴래, 내려줘요
정현 차라리 한숨 자요, 뻗대지 말고
수아 (어이없다) 뭐라구요?
정현 난요, 가끔...
울어머니 업어서 재워드려요
수아 ?!
정현 신경통 관절염 때문에
자다가 깨시거든요
내 등에 업혀 잠드신 모습
보고 있으면요
발목부터 목구멍까지
물이 차올라요
수아 물이요??
정현 그래서 내가 물침대가 되나 봐요
울 어머니,
아주 편히 잠드시거든요
수아 .....
매서운 폭설과
바람을 뚫고,
수아 업은 채
가는 정현.
뒤뚱거리며
위태롭게 가다가
한순간 발 미끄러지며 엎어지는 정현.
그 옆
가파른 비탈타고
굴러 내려가는
두 사람
한순간 정현,
수아의 몸과 겹쳐지며 둘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윽고
나무등걸에 부딪치며 멈춰서는 정현.
수아, 그의 몸에 부딪쳐 멈추고.
정현 그 고통에 허리춤 잡고
괴로워 하는데
수아 괜찮아요?
정현 난 괜찮아요. 거긴요?
수아 발이... 발목이...
정현 다가와
수아 발목 만지려는데
수아 아악! (비명)
정현 (난감한. 둘러보다가)
어디 피신할 만한 데가 있는지
살펴보고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수아 안돼요!
정현 ...?
수아 가지말아요. 무서워요, 나.
정현 (망설이다) 자, 업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