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나오게 될 음식점입니다. 지금은 슬쩍 나오는 주인 할머니가 나중에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 기여합니다;;)
청국장과 보쌈그릇 싹싹 다 비워져 있다.
수하, 수저 내려놓으며 만족스러운 표정.
수하 (배 두드리며) 아 배부르다...
동규 먹는 거 하나 맘에 드네!
수하 근데요,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가 거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동규, 자랑스럽게 핸드폰 척 꺼내놓는.
동규 바로 요놈의 힘이죠! 요 SOS버튼을 누르면 긴급호출이 되거든요? 어때요, 손전화기 하나 꼭 있어야겠죠?
수하 어? 내거랑 같은 거네?
동규 애기씨한테 사용법 알려주려고 같은 걸로 골랐거든요.
수하 맞다! 이거 돌려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비싼 거 받을 수 없어요.
동규 그냥 넣어두세요. 오늘 같은 상황에 손전화 없이 어쩌려구요?
수하 (그런가?) 그럼 나중에 손전화 값 드릴께요.
동규 그건 그거고.. 애기씨, 아셨죠? 위험한 순간이 오면, 요 버튼을 꾹 누르면 됩니다.
수하 (끄덕끄덕, 신기한 듯 핸드폰 보면)
동규 근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피라미드 회사엔 왜 갔어요?
수하 돈 많이 번다고 해서요! 어떤 남자가 그러는데요, 한 달에 천만원도 벌었데요. 진짜래요~
동규 바보에요? 그걸 믿게? 내 참 한심해서...
수하 (기분 상했다. 얼굴 굳고)
동규 돈 필요해요? 그럼 집 팔아요! 내가 돈 많이 쳐준다고 했잖아요!
수하 이 아저씨 정말 고장 난 축음기네. 왜 자꾸 한말 또 하고 한말 또하고 그래요? 집 안 판다니까요! (만원짜리 꺼내 상에 내려놓으며) 보태서 내세요. (벌떡 일어나 나가면)
동규 (만원짜리 집어 들고 허둥지둥 따라 나가는) 애기씨! 애기씨!
48. 서울집 인근 (밤)
수하, 앞장 서 가면.
동규, 그 뒤를 따라가고.
수하 왜 자꾸 따라 오는데요?
동규 애기씨 집에 잘 들어가나 확인하려구요. 아까 그놈들이 해꼬지하려구 나타나면 어떡합니까?
수하 무슨 소리에요? 경찰들이 다 잡아갔구만. 어서 가세요!
동규 무슨 여자가 그렇게 겁이 없어요? 뉴스도 안 보고 살아요?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걱정 듣기 싫으면 처신을 잘하던가? 지갑이나 질질 흘리구 다니구, 이상한 놈들한데 사기나 당하구 말야!
수하 (말 끊으려고 꾸벅 인사)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쌩- 뒤도는 수하, 종종걸음으로 가고.
수하 (혼잣말)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잘난 척은!
동규 (뒤에서 크게) 왜 서울에는 올라와서 여러 사람 걱정 시켜요?
애기씨가 기술이 있어? 직업이 있어? 무슨 수로 돈을 버냐구?
돈이 필요하면 집을 팔라고 했잖아요, 내가! 여러 사람 걱정시키지 말고, 어서 화안당으로 내려가세요. 알았어요?!
화안당으로 내려가라구요!!! (돌아서면)
수하, 그 말에 멈춰선다.
후우... 그 말이 맞다. 한숨 내쉬고. 밤하늘 올려다보는.
서울 생활이 참 답답하고 벅차고 힘들다...
수하 ...갈까?
49. 정숙의 옥탑방 외경 (아침)
정숙(E) 지금?
50. 정숙의 옥탑방
세간살이는 단촐하다. 옷장과 티비 정도만 있는데.
벽에 주렁주렁 걸린 요상한 옷들과 희한한 디자인의 구두들이 벽을 따라 길게 죽 늘어 서있다.
TV에서는 외국 모델들이 워킹하는 모습 나오고 있고.
정숙, 놀라서 수하를 본다.
수하, 옆에는 짐가방이 놓여있고...
정숙 지금 시골 내려가자구?
수하 아무리 생각해도 정숙 혼자 두고 갈 수가 없더라구.
같이 내려가자. 일자린 거기서 찾아봐도 되잖아.
정숙 난 안돼.
수하 왜?
정숙 저거 보이지?
수하, 정숙이 가리키는 곳 보면.
한쪽 벽을 가득히 채운 물건들 보인다. 피라미드 회사 제품들이다.
수하 저게 왜?
정숙 저게 다 빚이거든. 그 빚 갚기 전까진 나 아무데도 못가.
그 놈들이 시골집 까지 쫓아 올 거야.
수하 빚이 얼마나 되는데?
정숙 (에효~) 묻지마.
수하 얼만데? 누가 알아? 같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점이 나올지? (하는데)
정숙, 손가락 세개 뻗혀 보인다.
수하 삼백?
정숙 아니...
수하 (놀라는) 삼, 삼천?
정숙, 고개 끄덕인다.
수하 아니 대체 뭘 얼마나 샀다구? 저게 그렇게 비싼 거야?
정숙 돈 빌려서 산거거든. 이자에 이자가 붙어서 그렇게 됐어.
수하 어떡하니... 무슨 수로 그 큰 돈을 갚어?
수하, 자기 일 처럼 한숨을 푹 내쉬는데
정숙, 이내 방긋 웃으며 수하 앞에 팜플렛 쓱- 내민다.
정숙 짜쟌!
수하 보면, 드림바디 컨테스트 팜플렛과 응모서류다.
수하 뭐야, 이게?
정숙 봐~ 총상금이 1억이래. 1억! 이것만 있으면 인생 핀다구.
수하 ?
정숙 대단하지 그치? 자기도 같이 하자!
수하 아우 야~ 난 못해. 어떻게 이런 걸 해?
정숙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모델이었나? 우리 정도면 충분해!
수하 아우 안돼, 난 못해.
정숙 (TV 가리키며) 솔직히 쟤들 보다는 우리가 훨씬 낫다. 뭐!
쟤네 다 똑같이 생겨 갖구 개성도 하나 없잖아. 저거 같은 병원에서 수술한 거다?
수하, 그제야 TV보면...
화면에 모델이 워킹하는 것이 보인다.
멋진 옷을 모델들, 음악 소리에 맞춰 멋지게 워킹해 오고.
수하 난 못해!
정숙 1억인데?
수하 ?!
LAB DISS
정숙의 옷장에서 온갖 옷들 꺼내 흐트러져 있다.
방바닥 가득 신문지 깔려 있고.
말도 안 되는 촌스런 옷 입고 음악소리에 맞춰
워킹연습하고 있는 두 여자, 수하와 정숙.
머리에 책 얹고 하이힐 신고 뛰뚱거리며 워킹 연습하는
수하와 정숙의 여러 모습들.
킥킥거리며 즐거운 두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