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 아픈 다리를 두들기는 수하,
구두 벗어 보면, 발뒤꿈치 물집이 터져 피범벅이다.
수하, 순간 울컥 화가 치솟는다.
수하 아니 이 좋은 걸 왜 안 산다는 거야? 돈만 있으면 내가 확 다 사서 문중 어른들께 하나씩 돌리고 싶구만! 후우... 어디 돈 많은 사람 없나? (하는데)
순간, 눈빛 번쩍!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빙긋 웃으며 핸드백에서
핸드폰 꺼내 ‘집 파세요’ 누른다.
수하 여보세요~?
동규(F) 애기씨? 아이고 애기씨께서 어쩐 일이 십니까? 고귀하신 애기씨께서 미천한 저에게 친히 전화를 다 주시다고? 이런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스러운 일이 있나요? 왜요? 집 파시게요?
수하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제가 직접 뵙고, 사업상으로 의논드릴
게 있어서요... 지금 시간 어떠세요? 네, 여기가 어디냐면요...
41. 어느 커피숍
동규, 한심해 죽겠다는 얼굴로 수하와 테이블에 놓인 옥매트
번갈아 보는.
동규 지금 나보고 저걸 삼백만원에 사라는 겁니까?
수하 이거 되게 좋은 거예요. 시중에 있는 저가, 저질 옥매트와는 완전 다fms 거거든요. 탄소 실리콘 열선에 동섬유 알루미늄 차폐 섬유를 열 다섯겹으로 쌓아서 만든 최고급품이라구요. 황회장님께 선물하면 좋을 거 같은데...
동규 (버럭) 갑시다! 빨리 일어나요!
수하 돈도 많다면서 치사하게 이깟 거 하나 안 사주는 거예요?
기막혀 보던 동규, 수하의 손목 잡아끌고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잠시 후, 다시 들어온 동규, 옥매트 챙겨들고 나간다.
42. 피라미드 사무실
동규, 사무실 직원들 앞에 옥매트를 던져 놓는다.
수하, 왜 이러지? 하는 얼굴로 보고.
조폭 스타일의 직원들, 어이없다는 듯 본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데로 어디 해봐라! 하는 분위기.
동규 당신들 콩밥 먹고 싶어? 이 여자가 맹해 보이니까 만만했나 본데, 사람 한참을 잘못 보셨어, 감히 누구한테 사기를 쳐!!
수하 맹하다뇨? 맹랑하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맹하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네요.
동규 닥치고 있어요!
수하 (헉!)
동규 혹세무민! 서민 가계 파탄! 허위정보 제공! 공갈협박!
지금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도 불법 피라미드야? 분명히 세금도
탈세했겠지? 당신들 콩밥 먹을 준비 하는 게 좋을 걸?!
실장급의 남자 직원, 슥- 눈짓 하면.
직원들, 동규와 수하를 향해 동시에 달려든다.
동규 에잇!
동규의 화려 찬란한 액션 씬!
그러나 폼 뿐이고.
실력으로나 수적으로나 게임도 안 된다.
동규, 우르르 몰려든 어깨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수하, 주위에 늘어서 있는 것들을 집어 놈들에게 마구 집어 던진다.
건강보조 식품, 속옷, 지갑, 벨트, 옥매트, 전기밥솥, 청소기 등등 날아가고.
동규, 혹시 수하가 다칠까봐 감싸는데.
동규 가만히 있어요!
수하 이대로 얻어맞자구요? 그렇게는 못해! 이거 놔요. 놓으라구요!
수하, 동규의 품에 갇혀 버둥대는데...
퍽! 퍽! 퍽! 놈들의 주먹질과 발길질 심해진다.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