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돌아가시게!
수하 (어렵게 말 꺼낸다) 저어 어르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23. 화안당 근처 (해질녘)
한복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수하.
굳어진 표정인데.. 그 위로
수하 (E) 문중 여윳돈을 조금만 돌려주십시오.
문중어른(E) 지금 지원해주는 돈이 있지 않은가?
수하(E) 있지요. 하지만 그 돈으론 일년에 스무번이 넘는 제사 비용도 충당할 수 없습니다.
문중어른(E) 어흠.. 일주일만 일찍 말하지 그랬나? 이번에 선산에 길을 새로 내느라 여윳돈을 써버려서 말이지.
24. 사당 (해질녘)
수하, 사당 앞에 다가와 선다.
답답하고 서운하고 괴로운 심정.
수하 종손녀의 도리를 지키라구요? 화안당은 다 무너져 가는데,
다들 나 몰라라 하면서, 나 보구 어쩌라구?!
수하,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데
이때, 헐레벌떡 달려오는 이학할매.
이학할매 애기씨! 애기씨!
수하 할매?
이학할매 여 있는 것도 모르고 한참을 찾았네유.
수하 왜?
이학할매 기동아배 아들이 감나무에서 떨어져 엄청시리 다쳤대유.
수하 (놀라는) 감나문 약해서 올라가지 말라구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학할매 얼라들이 그 소릴 들어유?
수하 많이 다쳤대?
이학할매 부러진 뼈를 붙이느라 수술을 한다는데 돈이 없다네유. 생전 아순 소리 안하는 사람인데, 수리비 좀 빨리 달라고 왔더라구유.
수하 (속상한) !
이학할매 워처케.. 서울 변호사님께 말씀 드리면 안될까유? (눈치보는) 역시
안 되겄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