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과 연결된 긴 식탁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음식이 가득히 차려져 있다.
수하부, 서울모, 수하, 준희, 식사 중이다.
준영의 자리인 듯 한 자리 비어져 있다.
수하,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부담스러운 자리다. 깨작거리면
서울모 음식이 입에 안 맞니? 차린 게 변변치 않아서 그런가?
준희 (톡 쏘는) 엄마, 빈말 좀 하지 마.
우리 집 식구, 사흘치 양식은 다 끌어다 논 거 같구만~
수하부 (굳어진다)
서울모 (수하부 눈치보며) 준희야!
수하 (민망) 다 맛있어요. 많이 먹고 있어요.
서울모 내일 큰일 치르려면 고단하겠다. 문중어른들 다 모이신다며?
수하 늘 하는 일인데요 뭐.
준희 (어쩐지 얄밉다)
서울모 (비위맞추는) 하긴.. 종갓집 종손녀를 아무나 하나?
준희 엄만~!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거 몰라?
오빠도 그깟 종손, 시켜만 주면 잘할 걸?
수하 (총맞은 느낌, 민망, 당혹, 아픔) !
수하부 (숟가락 탁 내려놓는다. 심기불편) !
서울모 (준희에게 그만하라고 눈짓! 얼른 수하에게)
올라온 김에 푹 쉬다 가. 서울 구경도 하고..
수하 (당혹) 곧 내려가봐야 합니다. 화안당에 일이 많아서요.
준희 (팩) 거봐! 금새 내려간다는데 뭐하러 방까지 꾸미느라 난릴쳐?
수하 (무슨 소린가 싶은데)
서울모 수하두 이젠 서울에 자기 방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쵸, 여보?
수하부 ..니 어머니가 애썼다.
서울모 (의기양양)
수하 !
55. 2층 수하방 (밤)
문 열고 들어서던 수하, 깜짝 놀란다.
여자들이 꿈꾸는 공주풍의 방 일습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고급스럽고 예쁜 침대, 옷장, 화장대, 책상, 꽃화분까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공주풍의 잠옷.
수하, 옷장 열어보면
철철이 필요한 옷들이 정장, 캐쥬얼 등 종류별로 갖춰져 있고
서랍장 열어보면 속옷, 양말, 손수건 등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서울모의 완벽하고 철저한 준비에 수하, 기가 질린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수하.
수하 후우------ (한숨만)
전화벨(E) 따르릉-
56. 서울집 거실 (밤)
전화 받는 준희.
준희 여보세요?
문중어른 (F) 화안당 애기씨, 거 계신가?
준희 (애기씨라는 말에 울컥) 없는데요.
문중어른 (F) 그럼 아버님 좀 바꿔주게.
준희 (서재쪽 힐끔 보고는 이내) 아버지도 외출중이시거든요.
저한테 말씀하시죠?
문중어른 (F) 허허.. 당사자한테 전해야 하는데..
준희 (울컥) 그럼 나중에 하시든지요.
문중어른(F) 하는 수 없구먼.
그럼 애기씨한테 내일 이충하선수 환영회가 취소됐다고
꼭 좀 전해주게. 괜히 헛걸음 할까 걱정되서 그러니.
준희 알겠습니다. 그렇게만 전해드리면 되죠? (얼른 끊고 싶은데)
문중어른(F) 꼭 좀 전해주게, 아가씨.
애기씨한테 미안하다고 먼저 얘기하고.. 알겠나?
준희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전화 끊으며 울컥)
누군 애기씨고 누군 아가씨야?
이때, 부엌에서 과일 들고 나오던 서울모.
서울모 누구야?
준희 (시침) 요즘 왜 이렇게 땅 사라는 전화가 많이 와? 짜증나~
서울모 그런 건 말 받아주지 말고 빨리 끊어. 이거 아버지 갖다 드려.
준희 어. (받아들며) 근데 얜 방에 쳐박혀 뭐하는 거야?
서울모 얘가 뭐니? 언니한테?
준희 언니는 무슨..?
이층 올려다보며 삐죽이는 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