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다방 상가 계단 앞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수하.
수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그렇다고 치사하게 부하직원을 보내냐?
수하, 흥! 콧방귀 뀌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동규 (E) 애기씨! 애기씨!
그러나 수하, 들은 척도 않고 종종걸음으로 내려간다.
뒤쫓아 오던 동규,
수하를 보고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쓱 나오는 여자의 다리!
동규, 그 다리에 걸려 그대로 계단을 구른다.
동규 으아아!!!!
수하, 비명소리에 놀라 돌아보는데
계단 구석에 처박힌 동규, 끙- 허리를 펴며 일어선다.
수하, 어떻게 된 거지 올려다보는데
그 계단 위에서 다다다다- 뛰어내려오는 정숙.
정숙 (수하의 손을 잡으며) 튀어!!!
46. 시외버스 터미널 승차장
수하와 정숙, 뛰어 온다.
정숙에게 손 잡힌 채로 죽어라 뛰어오는 수하.
서울행 버스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차에 오르는 정숙.
그 뒤를 따라 오르는 수하.
47. 고속버스 안
수하, 숨을 고르며 앉으면
그 옆에 털썩 앉는 정숙.
정숙 나 아니었음 큰일 날뻔했어, 자기!
수하 (얼떨결에) 아, 예. 고맙습니다.
정숙 세상이 어째 갈수록 험악해지나? 자기나 나처럼 이쁜 여자들은
앞으로 점점 살기 힘들어지겠어~ 안 그래?
수하 (이상하다, 이 여자) !
정숙 나, 덕수리 사는 오정숙. 자기는?
수하 예, 성안골 이수한데요.
(촌순이들의 동네 이름을 대는 인사법)
정숙 (훑어보며) 보아하니 나보다 쫌 들어보이는데..
자기, 올해 나이가 투에니 파이브? (다섯 손가락 쫙 펴보이면)
수하 (기분 상하는, 정숙의 손가락에서 세 개를 가만히 내려준다.
두 개만 남은 정숙의 손가락 가리키며) 스물 둘, 투에니 투거든요!
정숙 투에니 투? (의혹) 에이, 아니지~?
수하 (울컥) 민증 깔까요? (가방 열려 하면)
정숙 됐어, 됐어. 나도 올해 딱 투에니 투!
꽃다운 나이라고나 할까?
갑장끼리 잘해보자구~ 우리!
수하 (동갑? 에이, 아닌 거 같은데) ?
정숙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서로 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살자!
(수하의 손 덥썩 잡으면)
수하 (얘 누구니? 너무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