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쥐 한 마리가 쓱 돌담 밑을 지나간다.
그 바람에 돌담 일부가 스르르 무너져내리고..
33. 화안당 안채 안방 (밤)
이학할매, 수하의 한복저고리 동정을 달고 있고
안성댁이 한복치마를 다리고 단다.
꽃분이, 누워 자고 있고..
(아기 안듯이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잔다)
수하, 이것저것 짐 가방 챙기며 서울 올라갈 준비 한다.
안성댁 근데 애기씨가 거 가서 뭘 한 대유?
이학할매 뭘하긴? 애기씨 잘하는 장구춤도 추고 가야금도 타고 한 자락 놀아 달란 거지- 원체 유명한 사람이 온다잖여.
안성댁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래두 그렇지유,
외국 나가 공차는 사람하고 울 애기씨하고 뭔 상관이 있어서
애기씨가 서울까지 올라가 춤을 춘대유?
수하 그 공차는 이가 우리 문중 사람이래잖아. 이번 환영회때 도와드리믄 격려금도 톡톡히 챙겨 주신댔어, 오리골 어르신이..
이학할매 하이고, 잘됐네유! 내는 돌아가신 큰어르신이 애기씨한테 춤도 가르 치고, 창도 가르치고, 한시도 가르치시는 게 통 이해가 안됐었구먼 유. 시절 지난 풍류를 왜 갈치시나 했더니 에구 신통해라. 그게 다 소용이 있네유.
안성댁 암요. 배워 나쁜 건 도둑질 밖에 없다 안혔어유? (수하를 기특하게 보며) 애기씨가 예전에 태어났으면 천상 황진이유.
이학할매 (버럭) 뭔 소리여? 대갓집 울 애기씰 워디 감히 기생에 갖다 대는 겨?
안성댁 (툭) 기생이면 워때유? 황진이, 재미만 있드만~.
수하 그만들 해~. 가서 돈 많이 벌어올테니까 돌담부터 고치자.
아까 설비사에 전화했거든? 낼부터 일들어 가라구.
안성댁 이왕 설비 부르는 김에 부엌도 새로 앉혀유~.
오르락 내리락 다리 아파 죽겄슈~.
수하 알았어!
서울 갔다 와서 돈 준다고 하고 다 고쳐!(호기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