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된 아흔아홉칸 종갓집 화안당.
위엄 있는 정갈한 풍모는 여전하지만
어쩐지 쇠락한 모습이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화안당 뒷문으로
망가진 자전거 끌고 들어가는 수하의 모습 멀리 보이고..
12. 화안당 부엌 앞
흙투성이의 꾀죄죄한 수하,
자전거 끌고 중문을 들어선다.
비닐봉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바구니에
제 멋대로 담겨있는 상처투성이의 흙투성이 갈치들.
부엌에서 앞장서 나오던 이학할매와
그 뒤로 다과상 들고 나오던 안성댁,
수하의 행색을 보고 놀란다.
(화안당 마당에는 예쁜 똥개, 월이가 살고 있습니다)
이학할매 아이구 애기씨!
수하 (징징) 할매~!
이학할매 꼴이 그게 뭐래유? 워디 다쳤어유?
안성댁 (뚱하게 불 지르는 스타일) 보면 몰라유? 논바닥 지대로 굴렀네~
이학할매 애기씨 나이가 몇인데 여적 자빠지구 다녀유~ 속상하게~!
수하 그게 아니구, 어떤 나쁜 놈이 쓩 나타나서,
내가 휙~ 날랐거든? 그래서 갈치가, (하는데)
안성댁 (말자르며) 갈치가 문제가 아녀유 시방~.
손님 오셨슈.
수하 손님? 누구?
이학할매 거 무신 은행이라든가?
안성댁 (낼름) 아니쥬~ 은행 아니구 금융이유~ 금융!
이학할매 거나 거나~! 암튼 엄청시리 돈 많아 뵈는 양반이구만유~
수하 (그 말에 번쩍) 할매, 나 빨리 가서 옷 갈아입고 올테니까
손님 접대 잘하고 있어!!
(자전거 팽개치듯 던지고 뛰어가면)
이학할매 에구, 그렇게 뛰댕기지 좀 말래니께유~
체통 좀 지키세유, 애기씨~~!
안성댁 냅둬유~. 손님 기둘리시는 것보단
애기씨 체통 한번 더 떨어지는게 낫쥬~ 워디 어제 오늘 일인가?
이학할매 (쫙 째려보는) 저 눔의 주둥이! 한 번을 안져, 한 번을!
안성댁 (능청) 차 식어유~ 어여 앞장 서서유~.
이학할매 (확, 한 대 치고 개값을 물어?) !
안성댁 (먼산 보는) 애기씨 꽃단장 할라믄 시간 쫌 걸리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