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나란히 앉은 영은, 체리.
체리 : ... 저.. 많이 미우시죠. 제 생각이 짧았어요.
영은 : 짧은 게 아니라 없는 거지. 이렇게 올 거면 그냥 어제 오지.
내가 지금 대본을 몇 번을 썼다 지우고 또 쓰고 또 뜯어 고치고, 어휴....
체리 : 죄송해요. 저 이제 진짜 절대, 절대 안그래요 작가님. 저 정말 한 회에 한 씬만 나와도,
아니 한 씬도 안 나와도 절대, 다시는 이제 안 그래요.
영은 : 그래요. 그런 마음이면 됐어요. 일단 9부부터 한 4회 쉬지 뭐.
체리 : (헉!!) 네? 아니.. 그건.... 네. 알겠습니다.
영은 : (흘깃 보면)
체리 : (입 삐죽삐죽 하며 고개 떨구고 앉아있는)
영은 : (피식...) 내일 안 온 게 어디야.
체리 : 네?
영은 : 고맙다구. 돌아와 줘서. 얼른 가 봐요. 렉카씬 있다며.
체리 : 네. (일어나 꾸벅 인사하는) 열심히, 더 열심히 할게요.
하고 뛰어가는 체리. 영은 맥 탁 풀려 후- 깊은 숨 쉬는데 경민 옆에 와 앉는.
경민 : 돌아온 거 직접 보고 마음 편하게 작업하라고 불렀어요. 마침 작업실 근처라.
영은 : 피- 근처 아니라도 불렀을 거면서.
경민 : (!!! 보면)
영은 : 아니에요?
경민 : 맞을...걸요?
영은 : (빤히 보는...)
경민 : (좀 부끄럽고... 시선 내렸다 다시 보면)
영은 : .....여자가 있었어요.
경민 : !!!
영은 : 준희가 태어날 즈음부터였나 봐요. 근데 난 준희가 세 살 될 때까지도 몰랐어요.
경민 : !!!
영은 : 비가 아주 많이 오던 날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런던에서 제일 작은...
너무 행복했고 거의 나는 듯 뛰어서 집에 돌아 왔는데... 아네트베닝을 닮은...
아주 예쁜 여자가... 내 침대에 누워 있는 거예요.
경민 : !!!
영은 : 엄마가 다른 건 몰라도 침대는 좋은 걸로 해야 한다면서 평생 남의 집 식당에서
설거지 한 손으로 쓸어보고 만져보며 직접 골라준 혼수였는데....
경민 : .....
영은 : 남편이 날 끌어내며 그러는 거예요. 친구라고... 얘기만 했다고...
그 여잔 대학 교수라고... (사이) 무식하게 굴지 말라고...
경민 : (마음 아프고...)
영은 :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무식한 짓은 다 했어요. 그렇게... 끝났어요.... 신파 맞죠?
경민 : ....내가.... 복수해 줄까요?
영은 : (피식 웃으며...) 어떻게요?
경민 : 새 침대 사줄게요. 차압 풀리면.
영은, 까르르 웃다 심장 쿵!!!! 보면, 경민 영은 손 잡고 있는....
영은, 놀라 손과 경민 얼굴 번갈아 보면,
경민 : 고마워요. 고사리 손으로 예쁜 대본 써줘서....
영은 : (보는....)
경민 : 하기 힘든 얘기... 해 줘서...
영은 : .....
경민 : 대신, 오석인 오늘 실수만 했다 하면 나한테 죽었어요.
영은 : (의아하게 보면)
경민 : 화나네요.
영은 : 그걸 왜.... 조감독님한테...
경민 : 오석이한테 그러는 거 싫음 오늘 나 소개해 줄래요?
영은 : 네?
경민 : 강국장님이 회식 시켜주신대요. 그래서 장소 내가 정했어요.
매상 올려서 이쁨 받을 라고.
영은 : 네? (헉!!!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