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장 허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누군가 들어와 책상 앞에 서는.
강국장 고개 돌려 보면 경민인. 보면,
경민 말없이 테이블 위에 들고 온 봉지에서 새우깡이랑 소주 두 병 꺼내는.
(시간경과)
소주 마시는 두 사람.... 강국장 마시면... 경민 따라주는...
강국장도 경민의 잔에 따라주는.. 말없이 그렇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이고....
경민 : .....죄송합니다.
강국장 : 죄송할 거 없어. 내가 엎지른 물이야. 진상우도 나도 서로 옷 젖는 거지 뭐.
경민 : ....
강국장 : (마시고) 걱정 하지 마. 내 옷이 더 젖으면 내가 사표를 쓸 것이고 지 옷이
더 젖으면 지가 숙이고 들어오겠지.
경민 : ....진대표... 숙일 사람 아닙니다. 제가... 주워 담겠습니다.
강국장 : 뭘 어떻게 주워 담어 니가.
경민 : 내일... 진대표 만나보려구요.
강국장 : 만나서.
경민 : 최대한 서로 모양새 좋게 끝낼 수 있는 방법.... 찾아보겠습니다.
강국장 : 찾으면, 서작가가 대본 고친대?
경민 : .....서작가님도 저도... 국장님 사표 쓰시게 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자존심이라면...
그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이죠. 이해할 겁니다...
강국장 : (빤히 보다) 지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누가 너 더러 내 걱정하래?
경민 : ... 저 처음 입사 했을 때 국장님 그러셨어요. 이 바닥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절대 누구 편도 들어선 안 되고 또 누구 편을 안 들어도 안 된다.
그게 드라마고 드라마는 정치다.
강국장 : (보면)
경민 : ....저랑 서작가 편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강국장 : 이경민이.
경민 : (보면)
강국장 : 물이란 건 말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거든. 내가 엎지른
물이 내 쪽으로 흘러오면 나 이 자리 있으면 안 돼. 사표 써야지. 안 그러냐?
경민 : !!!
강국장 : 내가 국장되면 젤 해보고 싶은 게 이거였어. 현역 때 하도 디어서.
넌 드라마나 잘 찍어.
하는데 발소리 들리더니 영은 두 사람 발견하고 서는.
경민, 다 듣고 왔구나 싶고...
강국장 : 아, 이쪽 팀은 어떻게 감독이고 작가고 일들을 안 해. 대본 안 써?
영은 : 국장님. 그러지 마세요. 일이 너무 커요. 저 정말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진대표가 너무 경우 없이 나와서 홧김에 빼라고 한 거예요. 근데 이건 너무,
(감정 격해 말 막히고) 많이 갔어요 국장님. 제가 그냥 진대표 만날게요.
만나서 수습할게요. 눈 가리고 아웅 할게요. 저 잘해요 그런 거.
지금까지 그랬는데요 뭐. 배우랑 싸워 어떻게 이겨요. 제가 그냥,
강국장 : (말 자르며) 둘이 짰냐? 앉어. 술이나 한잔 해.
영은 : 국장님.
강국장 : 아참 서작가 소주 안 하지. 암튼, 내 할 얘긴 이감독한테 다 했어. 간다.
영은 : 국장님 정말 왜 이러세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국장님.
강국장 : 거 왜 캐릭터를 바꿔. 서작간 땍땍 거리는 게 매력인데. 아, 그리고
두 사람 다 내일 하룬 인터넷이고 신문이고 볼 생각 말고. (하고 가는)
영은 : 국장님. (하다 경민에게) 그냥 있음 어떡해요. 이러면 일 정말 커져요.
경민 : ....이미 커졌어요. 우리도 나가요. (하더니 가는)
영은 :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