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주름 개선용 패치 붙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대본 쓰고 있고,
다정도 그 옆에서 책 넘겨보며 일하고 있는.
영은 : 은석이랑 은형이랑 칠부까지 은은히 갔잖아. 이제 팔부 정도 되면 갈등이 좀 생겨줘야
하는데 싸울 껀덕지가 없네? 보통 자매들은 뭘로 싸우냐.
다정 : 그냥 눈만 마주쳐도 싸우죠. 내 옷 왜 입냐. 내 에센스 왜 바르냐. 내 구두 왜 신냐.
내가 한 밥 먹지 마라. 내 침대다 자지 마라. 일단 붙었다 하면 머리채를 확!!
영은 : 20년 만에 만나서 머리채를 확!! 잡아?
다정 : 그러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죠. 아줌마들 그런 거 은근 좋아해요.
영은 : 너 이 일 계속 할 거니? 적성에 맞아?
다정 : 점보면 꼭 작가 나와요. 서른 넘어가면 우두머리가 된대요.
안되면 맏며느리라도 된대요. 근데요, 성생님. 그거 제 꺼 아니에요?
영은 : 뭐. 아 이거? 내 꺼 다 써서. 야! 너랑 나 사이에 니꺼 내꺼가 어딨어.
이것도 내가 사준 거잖아.
다정 : 사주셨으니까 제 꺼죠.
영은 : 뭐? 알았어. 안 써. (자기 거 확 떼서 붙여주며) 자! 갖구 가!
다정 : (인상 쓰는) 어차피 붙인 지 20분 됐으니까 떼신 거잖아요.
영은 : 너 일 하라니까 아주 그런 거나 체크하구 치사스럽게? 너 가! 니네 집 가, 짐 싸!
다정 : 성생님 너무 하세요 진짜. (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막 치는)
영은 : (헉! 놀라) 야아- 장난한 건데 뭘 그래. 삐졌어?
다정 : (노트북만 보는)
영은 : 야아- 내가 뭐 짐 싸란 소리 한 두 번 한 것두 아니구 너 꼭 뜬금없이 정색하더라?
다정 : (열심히 검색하는)
영은 : (애교) 뭐해? 일 해? (하고 다정 뒤에 가 보면!!! 구직 사이트 검색하고 있는. 욱 하는)
뭐 하냐 너?
다정 : (사이트 게시판 글 이것저것 클릭하며) 짐 싸라면서요. 다른 일자리 찾아볼라구요.
저 옛날 안다정 아니에요. 이 입술이 이제 제 입술 아니거든요. 지금이야 조감독이지만
‘조’자 떼면 바로 감독 사모님 소리 들을 전데 더는 이 구박 안 받겠어요.
영은 : 허- 그래. 너 빨랑 검색해. 이력서 아주 제대로 올려!
다정 : (빵긋 웃는) 이력서야 기깔나게 쓰죠. 삼 년산 서당갠데.
(하는데 전화 오자 받는) 여보세요. (사이) 네. (끊고) 일 이부 80분 편성 났대요.
추가씬 쓰시라고 전해 달래요. 이게 제 마지막 업무에요.
영은 : 뭐? 8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