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두 잔 놓이고 직원 인사하고 가는. 기준과 영은 마주 앉아 있는.
영은 : 생각해 보니까 나랑 차 마실 게 아니라 감독님이랑 마셔야 하는 거 아니야?
기준 : 왜?
영은 : 이제 한 팀인데 풀 건 풀어야지. 쫌 전에 보니 감독님이랑 오승안
좀 편해진 거 같드만.
기준 : 편해져야지. 촬영 들어갔는데. 카메라 돌면 배우가 믿을 사람 감독 밖에 없잖아.
영은 : 왜 이래? 대본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배우 하나 묻을 수도 있고 감독은 기획회의만
하다 정년퇴직 할 수도 있어. 그래서 내 이름이 대본 젤 앞에 나가는 거고.
기준 : (웃는) 그래. 그 말도 맞다.
영은 : 근데! 나 잘 하고 있나? 하는 생각 대만에서 들더라. 당신 덕에.
기준 : (!!! 미안한) 그날은... 내가 좀 흥분해서... 마음 많이 상했지.
영은 : 내 마음만 상한 거야?
기준 : ?!!
영은 : 그렇게 큰 소리 쳤음 당당해야지 밥은 왜 굶고 잠은 왜 못자?
아침에 밥 먹으러도 안 내려오고 새벽까지 당신 방에 불 켜 있던데?
기준 : (나를 챙겼구나... 싶어 더 미안하고....) 니 방 불 언제 꺼지나 보고 있었지...
나 땜에 대본 못 쓰는 건 아닌가.... 싶어서....
영은 : 그럴걸 뭐 하러 질러? 암튼! 덕분에 많이 느끼고.... 배웠어. 고마워.
기준 : (!! 보면)
영은 :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잖아. 오승아도 뭐 좀 달라진 것 같고 이래저래 뭐 좋게 풀린
건 풀린 거고, (돌변) 뭐? 내 배우? 그래! 댁의 배우 끔찍한 거 좋고, 안일했던
작가한테 쎄게 한방 좋다 이거야. 그래서 내가 쿨 하고 아름답게 넘어갈까도 했는데,
‘쪽 대본, 쪽 대본, 쪽 대본’이 머릿속에서 무한반복 되면서 느-무 열 받는 거지!
기준 : 숨 셔! 숨. 숨 쉬면서 해.
영은 : 아니, 꼭 그렇게 16부 쪽 대본 쓴 걸 강조하면서 면박 줘야 했어?
우리가 같이 먹은 캔 커피가 몇 개고 김밥이 몇 줄이야. 보험 탔다 이거야?
스텝들 다 있고 매니저들 다 있는 자리에서 쪽 대본 어쩌고 할 때 목소리 젤 컸던
거 알아? 그런 의미에서 이 감독이랑 당장 풀어. ...부탁이야.
기준 : (!!! 빤히 보다 피식) ....바보 천치 똥개.
영은 : (헉!!) 뭐?
기준 : 애야? 두 시간 반이나 나란히 앉아 왔어. 우리가 두 시간 반 동안 뭘 했겠냐.
정상회담을 했어도 했을 시간에.
영은 : 푸, 풀었어? 나, 남자들은 그래?
기준 : 남자라고 다 그래? 둘 다 인간이 성숙하니까 그런 거지?
영은 : 성숙? 성숙이가 누군데. 첫사랑이냐? (하더니 팽- 가는.)
기준 : (그렇게 마음 풀어준 영은이 고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