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승아 손목 잡고 빠르게 걷는. 승아 불안한 얼굴로 기준 보며 걷는데
영은 : 기준씨. 장기준씨! (하며 따라오고)
경민 : (그런 영은 옆 지나 기준에게 달려와 기준 잡아 돌려 세우는)
기준 : (서늘하게 보면)
승아 : (불안하게 보는)
경민 : 무슨 짓입니까, 이게.
기준 : 몰라서 묻는 겁니까?
영은 : (옆에 와 서며) 기준씨!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아니지.
기준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세 시간 째 배우 세워 놓고 디렉션이라곤 ‘다시 갑시다.’
‘다시 갑시다.’가 단데! 뭘 어떻게 다시 갈질 얘길 해야 배우가 연길 하지.
감독님 지금 정확한 디렉션도 못 주고 있잖아요.
경민 : (!!) 연긴 배우가 하는 겁니다. 감독이 어떻게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얘길 해요.
승아 : .....
기준 : 몰라서 못하는 거 아니구요?
경민 : !!!
기준 : 내 보기엔 감독님 지금 정확한 그림 없어요.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 재수로 뭐 하나 걸리면 좋고,로 보이거든요.
무턱대고 다시 가자, 다시 해봐라, 그 걸 누가 못 해!!
경민 : !!!
영은 : 기준씨, 지금 말 심해.
승아 : (말려야 하나 미간 좁히는데....)
기준 : 심해? 우리 지금 1, 2부 찍다 16부 엔딩 찍고 있어. 대본이래야 6부까지가 다고
중간에 아홉 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16부 쪽 대본 받아 찍고 있다고
내 배우가!
경민 : !!!
영은 : 그럼 어떡해. 방법이 없는데. 15부 방송 나가고 16부 찍으러 해외 와?
기준씨 말대로 이거 16부 엔딩이야.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기준 : 왜 몰라. 그래 중요해. 근데, 이게 누구한테 중요한데. 너한테? 이감독님한테?
영은 : !!!
기준 : 아니야. 여깄는 모든 사람한테 중요해. 근데 넌 너한테만 중요해. 알아?
배우도 감독도 들러리 세우잖아 너 지금!
영은 : !!!
승아 : ......
기준 : 작가 못 믿냐. 감독 못 믿냐 했을 때도 참았고, 석 장짜리 페이퍼 달랑 주고
엔딩 찍자고 했을 때도 참았어. 그랬으면, 작가 감독이 치고받던 뭘 어쩌던 해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합의를 했어야지. 무조건 해외 촬영만 오면 장땡이야?
경민 : !!!
승아 : (오히려 맘 편해지는.....)
영은 : (자기 잘못 인 것 알고...) 그래 좋아. 기준씨 얘기 맞는 부분 있어.
근데, 시간이 없었잖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럼 어떡해.
더군다나 스탭들 다 보는 현장에서. 이런 얘긴 나랑 조용히 할 수도 있었잖아.
기준 : 내가 서작가한테 얘기 안 했어? 같잖은 매니저가 예의 갖춰 하는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나 보지?
영은 : !!!
승아 : 장대표님... 그만 해요. (경민 영은 보고) 그만 해요 우리.
(경민 보고) 한 시간만 쉬어요, 감독님.
경민 : .... 그렇게 해요.
승아 : (경민과 영은 보며) 이따 봬요. 제가 다 잘 했다고 안 할 테니까
마음 가라 앉히고 편하게 뵙자구요, 이따가.
경민 : !!!
영은 : !!!
승아 : 가요.
하며 기준 팔 한번 잡았다 놓더니 앞 서 가는. 기준 잠시 서 있다 승아 따라 가는.
영은과 경민 서로 시선 돌리고 오래오래 서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