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대본 놓고 마주 앉은 영은, 경민, 오석, 다정.
경민 : 5부, 6부 수정 하시라구요.
영은 : 그, 그러니까 왜요. 왜 수정을 해요?
경민 : 4부 까지랑 톤이 너무 틀려요. 국제변호사가 너무 대 놓고 백마 탄 왕자에요.
4부까진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대응하던 은형이가 있었는데 5, 6분
은형이의 모든 문젤 변호사가 해결해 주잖아요. 그러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영은 : 무슨 말씀인진 아는데, 긴장감은 4부까지면 충분하다고 봐요.
더 긴장시키면 시청자들은 힘들어서 못 봐요. 저 고생이 언제 끝나나,
저 아이가 언제 행복해 질까, 누가 좀 안 도와주나, 알콩달콩은 언제 나오나.
그 타이밍이 5, 6부에요. 저 그냥 되는 대로 쓰는 거 아니에요. 다 계산 하면서 써요.
다정/오석 : (눈치만 보고 있고....)
경민 : 그럼 은석인요. 은석의 감정도 너무 갑작스러워요. 물론 남녀 주인공이 첫눈에
반할 수 있죠. 근데, 이 여자의 우울증은 어디로 간 거죠? 이십 년 만에 만난
여동생보다 데이빗이란 변호사가 더 깊이 들어와 있어요.
영은 : 은석이도 지친 거죠. 사실 이십 년만에 만난 자매긴 하지만 쌩판 처음 보는 남남
아닌가? 처음에야 얼싸안고 울고 짜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쟤랑 나랑
닮긴 했나? 진짜 내 동생 맞긴 한가? 의심해보지 않겠어요? 하루아침에 칠세
지능의 동생이 생긴 은석에게 데이빗은 휴식처죠.
경민 : 잘 짚으셨어요. 그런 건 재밌어요. 근데 지금 얘기한 거, 대본에 없어요.
서작가님 말 속에나 있지. 그런 고민을 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순 없어요?
알콩달콩으로 버무려 놓지 말고?
영은 : 그, 그래요. 6분 그렇다 쳐요. 근데, 5부는 감독님 오케이 하신 거잖아요.
대본에 동그라미 그리셨잖아요. 서영은에 대빵 크게.
경민 : 그건..... 서영은 작갈 믿는단 뜻이었어요. 도저히 그 대본은 믿을 수가 없어서....
영은 : !!!
다정/오석 : (바늘방석이라 눈동자만 굴리는....)
경민 : 리딩 전에.... 수정 가능 하겠어요?
영은, 창피한 듯 시선 떨구고 앉았다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다정 오석, 눈동자만 굴려 보는... 경민, 돌아보지도 못한 채 앉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