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이 연기한 오디션 테입 보고 있는 영은. 옆에 오석 서 있는.
어느 정도 보다 화면 정지하고 의자 빙글 돌려 앉으면 뒤에 에이든 담담히 서 있는.
영은 : 그쪽 편한 말로 합시다. 잉글리쉬- (유창한 영어) 연길 왜 저렇게 해요?
에이든 : (영어) 네?
영은 : (영어) 다른 배우들은 다 저 씬에서 미소를 띠는데 혼자만 심각해.
지문에도 ‘미소 띠며’라고 써 있지 않았어요?
에이든 : (영어) 전.... 미소가 안 지어졌어요.
영은 : (의아하게 보면)
에이든 : (영어) 이 남잔, 은형의 아버지 부탁으로 처음 은형이란 여잘 만났어요.
호주에 살고 있는 국제변호사가요. 물론 친분이 있던 사람의 딸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부탁으로 열 몇 시간을 날아오기엔 과거의 친분이 너무 얕아요.
영은 : !!!
에이든 : (영어) 한국 사람들은 어려운 부탁도 쉽게 하지만 외국인들은 실례로 생각하거든요.
영은 : !!!
에이든 : (영어) 그래서 은형을 만났을 때 이 남잔 ‘귀찮은 일거리’로 느꼈을 거예요.
처음 만남이 딱딱해야 극 후반에 은형과 친해지는 게 더 살 거라고도 생각했구요.
영은 : (좀 놀라는... 영어) 뭐, 좋은 해석...이죠? (할 말 못 찾아 목소리 가다듬고. 영어)
음! 음! 그럼 이 전 씬은 뭐였을 거 같아요? 아무렇게나 말해 봐요. 편하게.
에이든 : (영어) 지금요?
영은 : (영어) 본인에게 기횐 지금 밖에 없어요.
에이든 : (영어) 그럴 순....없죠.
영은 : (영어) 없다니?
에이든 : (영어) 잘은 모르겠지만 두 자매가 헤어져 지낸 이십 여년 세월에 대한 얘길 텐데....
그 시간에 대한 얘길 아무렇게나? 이십 년 세월의 몇 만분의 일인
단 몇 시간만이라도 고민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배우라면?
영은 : !!! (에이든 빤히 보는)
에이든 : (보는)
영은 : (계속 보다 굳은 표정으로 가방 들고 일어서더니) 이감독님한테 알았다고
해요. 장기준씨 보험 태워주라고. 그럼 알어. (영은 나가는)
오석 :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