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미간 좁히고 앞에 앉은 승아 보고 있는. 승아 조금 취한...
과거 호텔에서 마시던 것과 같은 와인(그루지야산)병 놓인....
승아 벌컥 원샷 하는. 영은, 진짜 겁나게 왜 이러니 싶고...
영은 : 저기... 지금 이거 3병째에요.
승아 : 그래요? 근데 왜 안 취하냐...
영은 : 안 취하긴. 오승아씨 그렇게 안 봤는데 드링킹 스타일이 좀 그르타. 장대푠 안 와요?
승아 : 그 사람 얘긴 하지 마세요. 부를 생각은 더더욱 마시구요.
영은 : 싸웠어요?
승아 : (대꾸도 않고) 이게 그루지야산 와인이거든요? 진짜 맛있어요.
맛이 드라이 하면서도 아슬아슬 하달까?
작가님은 호텔에서 와인 마셔본 적 있어요? 남자랑?
영은 : 당연하죠. 와인은 남자랑 마셔야지. 호텔이면 더 좋고.
승아 : 인기 많으시구나. 나도 있는데. 옛날에.... 근데, 그래서 지금 내 기분이 꽝이에요.
영은 : 국민요정이 기분 꽝인 날도 있어요?
승아 : 아닌 날이 더 드물죠.
영은 : (좀 안됐고....) 술 잘못 배웠네. 기분 안 좋은 날일수록 술은 마시는 게 아니죠.
술로 화 푸는 게 제일 미련한 거 몰라요? 돈 버려 몸 망가져 아차 하면 망신살 뻗쳐.
승아 : 작가님은 왜 그렇게 매사에 따박따박 가르칠려구 드세요?
영은 : 그런 거 싫은데 왜 불러냈대?
승아 : 혼자 있기 싫어서요.
영은 : !!! (무슨 일 있나 싶고....)
승아 : 나 인간관계 후진 거 아시잖아요. 기분은 꽝인데 핸드폰에 저장된 번혼 열 개도
안 되고, 내 기분 들켜도 안 쪽팔리고 내일이면 모른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봤는데... 작가님밖에 없드라구요.
영은 : 웃으라는 거야 울라는 거야. 이럴 때 부를 남자 친구도 하나 없어요?
승아 : 있어요. 근데, 그 친구 땜에 마시는 거라... 못 불러요.
영은 : 요즘 연애해요?
승아 : (피식) 오늘 먼저 일어나기 없기. 술값은 내가 다 낼 테니까. (하고 마시는)
영은 : (걱정스럽게 보다가) 혹시 나 이 드라마 못 한다, 아님 대본 고쳐 달라,
뭐 그런 얘기 돌려 할라고 지금 멍석 까는 건... 아니죠?
승아 : 왜요, 무서우세요?
영은 : 내가 누구 무서워하는 거 봤어요? 난 세상에 무서운 사람 딱 하나에요. 우리 아들.
암튼, 나 지금 6부 거의 다 썼어요. 못 고쳐. 6부 끝나면 해외 촬영 먼저 써야 되구.
승아 : 대본이 써지세요? 오승아가 낑겨 가야 하는 배우 찾느라 대본도 못 쓰고
있던 거 아니셨어요?
영은 : !!!
승아 :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연길 참 못 하죠.
영은 : 아우, 깜짝이야. 그, 그렇게 나옴 쫌 무섭지....
승아 : 작가님 참 약았어요. 나 보다 잘난 앤 못 잡았구, 나 보다 후진 애들은 못 쓰겠고,
그래서 나랑 하시는 거잖아요.
영은 : 누, 누가 그래요?
승아 : (O.L) 근데 그러심 안 되죠.
영은 : (보면)
승아 : 저 무시하심 안 된다구요. 내 손으로 내동댕이쳤어도 나 연기대상 받은 배우에요.
내가 아무리 연길 못 해도 이 바닥 짬밥 7년에, 내 영화 총 관객 수가 900만이고,
내 얼굴 안 박힌 CF 별로 없고, 내 드라마 평균 시청률 30% 넘어요. 이게 나에요.
영은 : .....
승아 : 연기력 하나로 다 싸잡히기엔 좀 억울해서요.
분명, 내가 가진 다른 무언가도 있단 얘기거든요.
영은 : 다른 무언가가 뭔데요.
승아 : !!!
영은 : 이쁜 얼굴? 잘 빠진 몸매? 대학 졸업장? CF 이미지? 할 말 다 하는 그 입?
승아 : !!!
영은 : 이 바닥 짬밥 7년에 가진 게 고작 그거뿐이면, 지금이 오승아씨 바닥이에요.
승아 :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비웃듯 말고) 허-
영은 : 오승안 안 늙어요? 여배우에게 가장 무서운 건 스캔들이 아니라 세월이에요.
아까 그거 다 합쳐도 연기력 없으면 연기력 하나로 다 싸잡혀야죠.
마음 상해 할 거 없어요. 싸우다 정들었나 봐. 이런 말 해주고 싶은 거 보면.
승아 : (뚫어져라 보다 피식) 작가님이 그런 말 하실 처진 아니잖아요?
연기력 없는 배우나 깊이 없이 작품 쓰는 작가나 뭐가 다른데요?
영은 : 오승아씨! 난 당신 생각해서, (하는데)
승아 : (급 표정 어두워지더니 눈물 글썽하는.... 스스로 허- 나 진짜 바닥이구나... 느끼는...)
영은 : (당황스러운. 갑자기 얘 왜 이래?)
승아 :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영은 : !!!
승아 : (눈물 툭툭....) 나 진짜.... 바닥인가 봐요.
하더니 팔 베고 엎드려 헉헉 흐느끼더니 마구 울어 버리는 승아고...
영은, 놀라 표정 굳는. 이 아이도 힘들구나.... 심장 쿵- 내려앉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