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과 마주 앉아 있는 경민과 영은. 옆에 매니저 앉아 있는.
혜정 : 기획안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재밌던데요?
영은 : (특유의 잘난 척하며) 기획안이 그렇게 재밌는데 대본 보면 어떻게 되겠어요?
쓰러지겠지. 혜정씨 생각 잘 한 거에요. 이 작품 끝나면 도대체 회당 얼말 받아야 돼?
경민 : (어이없이 영은 보고 있는)
혜정 : (눈 똥그래져서 영은 보며 어색하게 웃는)
매니저 : 근데 저... 죄송해서 어쩌죠?
영은 : 왜요?
매니저 : 우리 혜정이가 작가님 작품 꼭 하고 싶어 해서 심사숙고 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비슷한 작품을 한 적이 있어서요.
영은 : (헉! 거절인가? 싶고)
경민 : 물론 압니다. 그치만 그 작품은 영화였고 우린 드라마니까 혜정씨가 보여줄 수 있는
롤이 분명 다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영은 : (좀 전 태도와 달리 적극적 되는) 그렇죠. 안젤리나 졸리의 여전사, 르네젤위거의
노처녀,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조니뎁의 판타지, 조지클루니의 섹시, 아, 이건
아니다. 암튼 다들 한 우물 파서 성공한 케이스잖아요.
꼭 나쁘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니까?
혜정 : 나쁘지 않아요 작가님. 은형이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서 탐났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배우 이미지가 고정된다는 건 득 보다 실이 많은 거 같아요.
광고주 쪽에서도 곤란해 하구요.
영은 : (힘 빠지는) 그럼 그 얘기 하러 나온 거에요?
혜정 : 전화로 말씀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영은 : 하지만,
경민 : (영은 말 막으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근데 앞으론 그냥 전화로 거절해
주심 좋겠네요. 서로 모양새야 그럴 듯 하지만 사실, 앉아 있기 힘들거든요.
혜정 : (귀엽게) 다음 작품에도 저 불러 주시게요?
영은 어색하게 웃는... 태연하려 애쓰지만 표정 관리 안 되는데.....
그런 영은의 얼굴 위로 요란한 음악소리 얹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