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 : (띵~)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 암튼 우울증이란 소잰 분명 한계가 있어요.
경민 : 다른 나라 드라만 더 꿀꿀한 소재 가지고도 잘만 만들어요.
영은 : 그게 문제에요. 초짜 감독의 그 겉멋. 우울증이란 게 꽤 있어 보이죠?
인터넷에서 찾은 의학지식 버무려서 전개는 빠르게 빠르게 멜론 촌스러우니까
집어치고 편집은 화려하게 만들면 아, 입봉 감독이 깊이가 있구나 할 거 같죠?
경민 : (보면)
영은 : 근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런 거 못 봐요. 어려워서 못 따라 간다구요.
근데 꼭 그렇게 어려운 드라말 해야겠어요?
이, 삼십 대 젊은 취향만 챙기는 드라마가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드라마에요?
경민 : 그래서 새로운 거 찾자는데 왜 사람을 유령 취급해요.
영은 : 난 이천 원 짜리도 됐는데 그깟 유령 취급이 그렇게 억울해요?
경민 : (빤히 보다) 좀 걸을래요?
S#24. 거리. 밤.
뚝 떨어져 걷는 두 사람...
경민 : 우린 왜 합의가 안 될까요.
영은 : 난 시청률을 원하고 감독님은 작품성을 원하니까요.
경민 : 작품성이란 게 꼭 시청률과 반비례해야 하는 걸까요?
영은 : 요즘은 그래요. 자극적이다, 상투적이다, 말도 안 된다 욕하면서도
시청자들은 꼭 그런 드라마 보잖아요. 그 덕에 내가 잘 먹고 잘 살지만.
경민 : 그래서 아예 드라마를 안 보는 사람도 많죠. 볼 게 없으니까.
영은 : 그게 지금 내 책임이란 얘기에요?
경민 : 서작가님도 이제 트렌디 그만하고 색깔 바꿔야 한단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영은 : 드라마란 구십오 프로의 상투에 오 프로의 신선함이면 된다고 봐요 난.
경민 : 그럼 가족 드라말 해야겠네요.
구십오 프로가 상투적이어도 용서받는 건 가족 드라마 뿐이 없거든요.
영은 : 왜 자꾸 용서 받으래 나 보구?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나 가족 드라마 싫어요.
경민 : 무조건 싫다고만 하지 말고,
영은 : (말 끊고) 이감독님. 어떤 소잴 쓰든 쓰다보면 작가 가치관 드러나게 돼 있어요.
가족 드라마요? 물론 좋죠. 근데요. 감독님 가족은 얼마나 화목한지 모르겠지만,
난 내 가정도 못 지키고 이혼한 여자에요. 이런 내가 무슨 가족 드라말 쓰겠냐구요.
경민 : !!!
영은 : (시선 돌리고 먼 곳 보는... 살짝 눈물 맺히는....)
S#25. - 1. 영은 작업실.
반지 케이스 여는 손. 예쁜 반지 보이고... 영은이다.
영은, 물끄러미 반지 내려다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