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마시고 있는 경민. 영은, 팔짱끼고 앉아 그 꼬락서니 보고 있는....
영은 : (참다 참다 더는 못 참고) 설마 알콜릭은 아니죠?
경민 : 아직은 아닌데, 모르죠. 앞으론.
영은 : (한숨 나오는) 어디 하나 멀쩡한 데가 없구만. 저기요, 소문 많은 동네니까
들어서도 알 거고, 봐서도 알 거고 제가 좀 지랄 맞아요. 싸가지도 없고.
나 정도 되면 누구 비위 맞춰가며 일 안 해도 되거든요.
경민 : 좋으시겠네요.
영은 : 그래서 말인데요. 기획안 얘기 구체적으로 좀 해보실래요?
계속 같이 갈지 말지 결정 좀 하게?
경민 : 아까 말했잖아요. 괜찮다고.
영은 : ‘괜찮다’가 의견에 전부면 저랑은 일 못하죠.
경민 : 사람이 뭐 그렇게 전투적이에요. 연애가 잘 안 돼요?
영은 : (허걱!!!) 뭐요?
경민 : 내가 찾아 준 반진 왜 안 꼈어요? 프로포즈 받았다면서.
영은 : 취했어요? 그건 내 사생활이죠.
경민 : 그 사생활 내가 찾아 준 거 잊었어요? 잃어버린 자식 찾아줬는데, 애 잘 있냐,
물어도 못 봐요? 그렇게 까칠한데 어떻게 늘 여주인공은 칠렐레 팔렐레에요?
영은 : 여주인공이 뭐 어때서요? 이쁘잖아요.
경민 : 우울증 걸린 여자가 우울해야죠. 내가 처음 그 단편을 봤을 땐,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아이러니가 재밌었어요.
근데, 보내주신 기획안은 그런 걸 다 빼셨더군요.
영은 : 적당히 해야죠. 16부 내내 우울하면 그런 드라말 누가 봐요.
경민 : 그래도 깊인 있어야죠.
영은 : 깊이가 뭔데요.
경민 : !!
영은 : 이감독님이 입봉작이라 아직 감이 없으신 모양인데 드라만 명랑 쾌활
상큼 발랄해야 시청률 나와요.
경민 : 난 시청률 무시할 생각도 없지만 목 맬 생각은 더더욱 없어요.
영은 : 난 있어요.
경민 : 내가 아까 괜찮다고 한 건 연출자가 채워 넣을 여백이 보여서 괜찮다고 한 겁니다.
연출 의견 없이 혼자 다 하고 싶으면 드라마 말고 소설 써야죠.
영은 : 우울증 얘기 경쾌하게 풀면 깊이가 없는 거에요?
경민 : 경쾌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여주인공의 내면을 좀 봐요, 그 안에 깊이가 있으니까.
영은 : 선문답해요 지금? 그래서 어쩌라구요. 기획안 수정이라도 하라구요? 꿈도 꾸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