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장단 소리 들린다.
엔드 크레딧 오른다.
지평선 위로 공길과 장생, 나타난다.
칠득과 팔복, 꽹과리와 북을 치며 나타난다.
둘만의 맹인 소극(笑劇)을 한다.
공길과 장생 마주 오다 부딪친다.
공길
아야! 아 이놈아, 눈 달아 뒀다 뭐해?
장생
아 이놈아, 눈 달아 뒀다 뭐해?
공길
눈이 삐었냐?
장생
눈은 안 삐고 산 넘다가 다리를 삐끗했지.
근데 이 소리가 강 건너, 강봉사?
공길
이 냄시 들 질러, 봉봉사?
장생
아이고, 이거 반갑구만.
공길과 장생 만나려고 하는데 자꾸 엇갈린다.
장생
이봐,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또 엇갈린다.
공길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또 엇갈린다.
장생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공길
아, 너 거기 없고 나 여기 있지.
엇갈리다 만난다.
장생
이거 정말 반갑구만.
헌데 강봉사, 강은 어찌 건넜나?
공길
고생 많았네.
어찌어찌 깊던지 거꾸로 서면 눈썹이고 바로서면
발목에 차서 물에 빠져 죽는 줄 알았네.
장생
고생 많았네.
공길
아 그래 어디 가나?
장생
오네, 개판 똥판 갔다 오네.
공길
개판, 똥판? 어찌 왔나?
장생
날아 왔네. 하도 잘 먹어서 방구 뀌며 날아왔네.
공길
예끼, 자네 뽕봉사가 아니라 뻥봉사구만.
장생
그럼 이 봉사 방구의 내력을 한번 들어보겠나?
내 한양땅 개판 똥판 들어서네.
이놈의 봉사 개판 똥판 들어가니,
저기 오는 저놈의 봉사 돈 한 푼 없는 녀석이
눈에는 은장식 박았다,
저기 오는 저놈의 봉사 쌀 한 줌 없는 놈이
눈에다 흰죽 써 발랐다.
저기 오는 저 놈의 봉사 멀뚱멀뚱 잘도 멀었다.
아, 근데 용포 입은 개 하나가 내 똥구에 코를
처박고 킁킁하지 않겠나.
그래 내가 십년 삭은 무 방구 고구마 방구를 뽀~옹
뿌~웅 날리네.
옛다, 니미뽕이다~아...
공길과 장생의 맹인 소극, 지는 노을을 뒤로하고 끝없이 계속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