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 술에 취해 줄 위에 걸터앉아 있다.
달이 휘영청 밝다.
공길, 다가와 줄밑에 선다.
장생
왕의 방은 어떻게 생겼어?
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공길, 대답 없이 장생을 올려다보다가 경사진 줄을 올라 줄 끝에 선다.
괜히 발을 굴러 줄을 흔든다.
줄 가운데 앉은 장생의 몸이 출렁인다.
장생, 고개를 돌려 공길을 본다.
공길, 계속 발로 줄을 구르며 장난치는 아이처럼 웃는다.
장생, 표정 없는 얼굴로 달을 올려 본다.
공길, 구르던 발을 멈추고 장생의 시선을 쫓아 달을 본다.
장생
궁에서 보는 달은 또 다르네.
달에도 광대가 살까?
공길아.
공길
(대답 없이 뜸을 들이다)
취했어. 들어가자.
장생,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공길이 줄을 타고 쪼르르 내려간다.
공길, 희락원 입구 쪽으로 간다.
장생
공길아.
공길, 돌아본다.
장생
내 말 잘 들어.
(잠시 뜸을 들이다)
니가 싫은 건 하지 마.
장생, 술 취한 눈으로 공길을 본다.
공길, 그런 장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