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수의 잔뜩 부은 얼굴이 면경에 비친다.
홍내관 헐레벌떡 들어온다.
녹수
왜 아직 안 납시느냐? 왜?
대체 밤마다 뭘 하신단 말이냐?
홍내관
희락원 광대 공길을 불러 함께 계시옵니다.
녹수
그년과 무얼 하고 있더냐?
홍내관
놈입니다요.
녹수
(짜증스럽게)
하는 짓이 계집 같아 헷갈려 죽겠어.
하여간!
홍내관
그게... 그러니까.
녹수
어서 말하지 못할까?
홍내관, 양손을 올려 쪼물락 거린다.
홍내관의 움직이는 손이 창호문에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녹수
(홍내관의 손 그림자를 보고)
그림자놀이?
홍내관, 녹수에게 다가가 귀에 입을 댄다.
잠시잠깐 녹수의 냄새를 음미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녹수, 고개를 돌려 홍내관을 노려본다.
홍내관, 얼른 시침을 떼며 뭐라 귀엣말을 한다.
홍내관의 말을 듣는 녹수의 눈이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