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는 중신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연산
윤지상의 손가락은 다들 돌려봤소?
중신들 한결같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연산
진짜 돌려들 본 건 아니지?
성희안
(간곡하게)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죄를 지은 신하를 벌하심은 지당하오나
벌할 때도 법도에 따른 절차가 있는 법이온데.
연산
(능청스럽게)
이 성질이 화요.
그 놈이 이실직고를 하는데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그나저나 윤지상 그 놈은 뇌물을 받을 때 법도에 따라 절차를 지켜 받아 처먹었나 몰라.
성희안
(더욱 간곡하게)
전하!
연산
알았어, 알았다니까.
내 다음부터는 그대들을 벌할 일이 있으면 꼭 법도에 따라 벌할 것을 약속하오.
중신들, 연산의 조롱 섞인 말에 불편한 표정을 억지로 추스른다.
성희안
전하. 관직을 팔아 치부를 한 윤지상의 죄는 마땅히 다스릴 일이나 천한 광대들이 조정의 대신관료들을 능멸하는 처사는 자칫 국기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연산
그 놈들이 뭘 알고 했겠소?
성희안
(결연하게)
전하. 당장 희락원을 폐하고 광대들을 엄히 다스리는 것이 지당하다 사료되옵니다.
연산
그냥 나를 웃기자고 한 짓을 가지고 너무 예민한 거 아니요?
성희안
전하께서 고작 광대패들의 놀음에 놀아나신다면
어느 누가 전하를 나라의 지아비로 섬겨 모시겠나이까?
중신들 성희안의 직언에 모두 긴장한다.
연산, 성희안을 노려본다.
연산
들어라.
당장 저 놈의 관직을 박탈하라.
이극균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조판서 성희안은 선왕을 모셨던 원로 공신으로 비록 실언을 했다하나...
연산
(이극균을 노려보며)
선왕?
선왕은 하늘같이 떠받들고 나한테는 이래도 되는 거요?
성희안
전하.
선왕은 만백성이 지아비로 섬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군이셨사옵니다.
전하께서 지금처럼 향락에 몰두하여 민생을 외면하시면서
정녕 하늘이 되기를 바라신단 말입니다.
연산
(싸늘하게)
여봐라.
저놈을 지금 당장 궁에서 내쳐라.
그리고 궁 근처 십리 안에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려라.
별감들 들어와 성희안을 끌어낸다.
성희안 당당하게 끌려 나간다.
연산, 끌려 나가는 성희안을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머리 숙인 이극균을 노려본다.
그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