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 육갑 칠득 팔복이 모닥불 주변에 둘러 앉아 있다.
육갑, 장작 안에서 감자를 하나 꺼내 호호 불다가 장생에게 건넨다.
장생, 관심 없는 듯 고개를 돌린다.
육갑, 의아하게 생각하며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그 때 저 만치서 공길이 다가온다.
육갑
(일어나 공길을 반기며)
왕이 왜 부른 거야?
공길, 아무 말 없이 장생 맞은 편 불가에 앉는다.
육갑
(공길에게 달라붙어 앉으며)
왕이 뭐래? 뭐했어?
공길
인형극.
육갑
인형극?
어떻게 했는데?
왕이 좋아해?
한번 해봐. 응.
장생, 무관심한척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
공길, 품에서 인형을 꺼내 양손에 낀다.
육갑 칠득 팔복 호기심어린 눈으로 인형들을 바라본다.
공길, <인형a>와 <인형b>로 왕을 웃겨 살아 난 후 광대들이 나눴던 얘기들을 재현한다.
공길
a)형님, 이제 우리 빼도 박도 못하고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거요?
b)(신이 나서) 그럼, 왕하고 신나게 놀아 보자고.
a)왕을 못 웃기면 죽이는데도?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어?
b)(신이 나서) 왕이라고 대수냐?
놀기 위해 살지, 살기 위해 노냐?
자, 놀아보자고.
놀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얼쑤.
육갑 칠득 팔복, 공길의 인형극에 웃는다.
장생, 자신을 재밌고 흥겹게 묘사하는 인형극에 빙긋이 웃으며 인형 사이의 공길 얼굴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