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 머리를 깊숙이 묻고 굳은 듯이 서있다.
연산, 고개를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 가며 공길을 유심히 살펴본다.
딱딱하던 표정이 호기심에 찬 아이 같은 표정으로 이내 다시 밝은 표정으로 바뀐다.
연산
놀자.
공길
(한참 머뭇거리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예?
연산
계속 놀잔 말이다.
공길
아뢰옵기 망극하오나...
연산,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공길이 귀엽다.
연산
형판 그 놈 때문에 한창 놀다 판이 깨지지 않았느냐?
너랑 나랑 둘이서 계속 놀잔 말이다.
공길, 품에서 손 인형 두개를 꺼내 쪼물락 거리며 양손에 낀다.
연산,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공길, 고개를 살짝 들어 방안을 살핀다.
연산의 뒤에 쳐진 병풍을 바라본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병풍 쪽으로 가더니 뒤로 숨는다.
연산, 공길의 일거수일투족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병풍 위로 두개의 손 인형이 나온다.
무섭게 생긴 인형, 작고 연약해 보이는 인형을 위협한다.
공길
(무서운 목소리)
감히 왕을 능멸하는 소극을 해?!
(약한 목소리)
왕 앞에서 하게 해줘요.
왕이 웃으면 능멸한 게 아니잖아요.
(무서운 목소리)
안 웃으면?!
작은 인형 겁에 질려 부르르 떨다 아래로 사라진다.
무서운 인형도 사라진다.
인형들 다시 올라온다.
공길 손을 뒤집어 다른 인형이 되었다.
공길(a)과 장생(b)이 연상되는 두 남자 인형.
공길
(a)미쳤어?
니가 왕이면 그걸 보고 웃겠어?
(b)어차피 살판 아니면 죽을판이야.
죽기 살기로 해보자, 응?
(a)그래 해보자.
(a, b)얼쑤!
두 인형 신명나게 춤을 춘다.
연산, 소리는 내지 않고 즐겁게 미소 짓는다.
어느새 다가와 병풍을 한쪽으로 접어 거둔다.
공길, 긴장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연산, 공길에게 손을 내민다.
공길 인형을 달라는 뜻 인줄 알아채고 인형을 내민다.
연산, 인형을 양손에 낀다. 잠시 공길을 바라본다.
연산, 손에 끼워 진 인형을 잠깐 바라본다.
갑가지 “하하하”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두개의 남자 인형을 신나게 들썩거린다.
연산의 웃는 모습에 공길도 밝은 표정이 된다.
연산
(공길이 했던 인형극을 흉내 내며)
왕이 웃었다.
왕도 별거 아니네.
별 거 아니야.
연산, 뭐가 그리 웃긴지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인형을 사이에 두고 그런 연산을 웃으며 바라보던 공길, 연산의 웃음이 계속되자 표정이 굳어진다.
연산, 그런 공길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더니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연산의 시선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지 못한다.
연산, 공길을 바라본다. 한동안. 뚫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