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갑, 칠득, 팔복, 들어온다.
장생, 무겁고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와 육갑패를 지나쳐간다.
육갑, 무거운 분위기가 맘에 안 드는지 씨익 웃다가 표정을 바꾼다.
육갑
(갑자기 팔복을 획 돌아보며)
너지?
팔복, 뭔 소린지 모르고 어리둥절하다.
육갑
(이번엔 칠득에게)
그럼 너냐?
칠득
(육갑의 뜻을 알았는지)
잘못했습니다.
이 놈이 없이 자란 탓에 가난이 한이 되어 그만.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육갑
(칠득을 패는 시늉을 하며)
이 쥐새끼 같은 놈. 니가 궁중 광대 자리 장사를 해?
니 놈한테 공짜로 궁중 광대 자리 내준 난 뭐냐?
내 돈 내놔라. 이놈아.
팔복, 배를 잡고 웃는다.
육갑
여봐라.
이 놈의 거시기를 잘라 궁녀들이 돌려 보게 하라.
하다 웃어 재낀다. 칠득도 따라 웃는다.
칠득
이제 중신놈들 찍소리도 못하겠지?
팔복
당연하지.
육갑
그나저나 왕 말이야,
광대로 났으면 제대로 한 가닥 했겠든데.
노는 게 보통이 아니네.
칠득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좀이 쑤셔서 어찌 살았을까?
장생, 육갑 칠득 팔복이 신이 나서 떠드는 방구석에 앉아 내내 뭔가 생각에 잠긴 듯 골몰하다.
육갑
(그제야 생각난 듯)
근데 공길이는 왜 불려 간 거지?
(기대감어린 말투로)
금송아지라도 받아 오는 거 아닐까?
장생, 문 쪽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