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늘어선 사물잽이 들의 땅을 흔드는 장단.
희락원 광대들, 희락원에서 연습하던 갖가지 재주들을 완성도 있게 선보인다.
연산과 녹수, 연신 웃으며 뭐라 대화하는 모습이 즐거운 모양이다.
중신들, 못마땅하면서도 광대들의 신기한 재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jump)
희락원 광대들의 소극이 한창이다.
장생
대감, 접니다.
칠득
누구시더라.
장생
좋은 자리가 하나 났다던데, 받으시죠.
칠득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라의 기강이.
장생
약소합니다. 황금거북입니다.
칠득
거참 안 된다지 않습니까.
장생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칠득
어허!
장생
정말 안 됩니까?
칠득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장생
정말입니까? 정말 도저히 안 됩니까?
칠득
어허,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됩니다.
장생
정말 안 된다 이 말이죠. 좋습니다.
그럼 내 돌아갈 여비가 없어 그런데,
닷 냥에 팔 테니 좀 사주십시오.
칠득
(화를 내며)
아 이 사람이!
그렇다면 두 마리 삽시다.
광대들 한데 어울려 신명나게 춤을 춘다.
공길, 여장을 하고 나타난다.
연산, 공길이 나타나자 몸을 앞으로 숙이며 관심을 보인다.
공길
(봉투를 들이밀며)
제 남편 좀!
장생
이러시면 다치십니다.
공길
(떨어진 봉투를 다시 들이밀며)
제 정성입니다. 받아주세요.
장생
(봉투 안을 확인하고)
어허, 이러시면 다친데두.
공길
(봉투를 호주머니에 들이밀며)
제발 한 번만 받아주세요.
장생
(손을 뿌리친다)
나를 어찌 보고 이러시오.
공길, 봉투를 호주머니에 넣는다는 것이 바지춤 속으로 손이 들어간다.
장생
어허.
공길
역시 소문대로 위세가 대단하십니다.
장생
(흥분해서 몸을 비비꼬며)
좀 살살. 아! 어찌 이다지도 귀한 선물을.
공길
내 손이 좀 합니다.
연산, 공길의 연기에 폭소를 터뜨리며 반응한다.
녹수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공길 장생 육갑 칠득 팔복, 즐거워하는 연산의 웃음에 희열에 찬 표정이다.
중신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뭔가 불안한 표정이다.
형조판서 윤지상, 눈에 띄게 중신들의 눈길을 의식하며 안색이 안 좋아진다.
연산 갑자기 연회장 중앙으로 뛰어든다.
연산
(왕관을 벗어 장생에게 내밀며)
받아 주십시오.
중신들 경악한다.
광대들도 굳는다.
장생
(멈칫하다)
어디 보자.
에이, 난 이런 요상하게 생긴 거 필요 없소.
(손으로 여자 몸을 그리며)
이런 거면 또 모를까.
연산 고개를 갸우뚱하며 장생의 손짓을 따라하더니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상위에 놓인 호리병 모양의 술병을 들고 가서는,
연산
대령했습니다. 여기.
장생
어허. 이 사람.
답답하긴. 잘 보게.
(또 다시 손으로 여자 몸을 그리며)
요거!
연산
아, 예.
하고는 자리로 달려가 녹수의 손을 잡아챈다.
녹수 재밌어 웃으며 따라 간다.
공길, 장생과 연산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연산
대령했습니다.
자 보십시오.
(녹수의 몸을 따라 손을 놀리며)
요거!
장생
그렇지!
신명나는 장단 울리고 광대들 어울려 춤을 춘다.
연산도 함께 춤을 춘다.
중신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연산, 춤을 추며 중신들 앞으로 다가선다.
연산
(중신들 앞에서 춤을 추며)
왜들 안 웃어?
연산, 중신들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중신들에게 권한 후 술을 직접 따라준다.
연산
자자, 쭉~ 마시고 즐겨 보라고.
국사는 잠시 잊고 즐겨 보란 말이야.
연산, 나란히 앉은 중신들에게 차례로 술을 따라준다.
중신들, 당황해 주춤거리며 선뜻 마시지 못한다.
연산, 윤지상에게 술을 따른다.
술잔을 든 윤지상의 손 심하게 떨린다.
연산
분위기가 왜 이래?
(짐짓 머리를 굴리는 듯하다)
오라. 찔리는 게 있는 거야.
(중신들을 둘러보며)
그렇지?
연산, 손을 휘저어 장단을 정리한다.
연회장 전체에 긴장이 흐른다.
연산
누구냐?
(중신1을 지목하며)
너냐?
너희 집에서 기생들의 가야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는데.
중신1
(말을 끊으며 간곡하게)
전하. 아니옵니다.
연산
그럼,
(중신2를 지목하며)
너냐?
지난번에 평양 감사로 갈 적에 이끌고 간
식솔만 백 명이 넘었다며?
그 돈 다 어디서 난 거야? 너지?
중신2, 입도 못 벌리고 사색이 되어 고개를 가로젓는다.
연산
(윤지상을 지목하며)
너지?
윤지상, 손을 떨며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리고 당황하며 고개를 젓는다.
연산
이놈이. 임금이 하사한 술을.
윤지상
(사색이 되어 벌벌 떨며)
전하,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이 놈이 없이 자란 탓에 가난이 한이 되어 그만.
연산, 발로 형조판서 윤지상을 사정없이 걷어찬다.
윤지상
죽을죄를 졌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연산
이 쥐새끼 같은 놈.
니 놈이 벼슬 장사를 해?
니 놈한테 벼슬 줄 때 한 푼 안 받은 난 뭐야?
돈 내놔라, 이 쥐새끼 같은 놈. 어서!!
하며 정신없이 발로 차 뭉갠다.
형조판서 윤지상, 나뒹군다.
연산
여봐라. 형조판서 윤지상을 파직시키고,
전 재산을 몰수하여 국고에 편입하라.
연산, 가려다 몸을 돌려 선다.
연산
그리고 죄 많은 윤지상의 손가락을 잘라
모든 조정 대신들이 본보기로 돌려 보라.
광대들, 박살나는 윤지상과 겁먹고 있는 중신들을 보고 긴장해 있다.
연산, 뭔가 생각난 듯 곁에선 김처선에게 뭐라 이른다.
김처선, 연산의 말을 듣는 동안 공길을 계속 바라본다.
다른 광대들은 김처선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공길만 김처선의 시선을 느낀다.
장생, 공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김처선을 발견하고 김처선과 공길을 번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