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처선이 탁자에 나란히 마주 앉은 장생을 찬찬히 보고 있다.
장생
(언성을 높이며)
아니, 그런 법이 어딨어요?
김처선
어디서 감히 목소리를 높이느냐?
장생, 얼굴이 상기된다.
장생
왕이 궁에서 살라고 했는데,
지들이 뭐라고 나가라 마라예요?
귀향 안 보내요? 귀향.
어명 어기면 귀향 보내는 거 아니예요?
김처선
임금이 행여 법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보필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
중신들이 천박하고 재주도 미천한 네 놈들을 궁에 두고 볼 줄 알았더냐?
장생, 더욱 상기된다.
장생
끌고 들어올 때는 언제고,
제 발로 나가라고?
못 나가.
우리 목숨하고 바꾼 거야.
김처선
(가소롭다는 듯이)
마마가 한번 웃은 걸 가지고,
성은이라도 입은 듯 오만방자 하구나.
장생, 김처선의 말을 못들은 척 단호한 표정이다.
장생
(불쑥)
전국의 재주 있는 광대들을 모으게 해주세요.
김처선, 호기심어린 눈으로 장생을 바라본다.
장생
그럼 우리 비록 천하지만
재주는 미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어요.
김처선
(차갑게 웃으며)
중신들하고 한번 해 보겠다?
김처선, 위압적인 눈빛으로 장생을 바라본다.
장생, 기죽지 않고 마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