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조아린 중신들 일제히 복창한다.
중신들(일제히)
아니 되옵니다!
연산 얼굴이 일그러진다.
연산
(짜증스럽게)
또 왜?
성준(영의정)
전하, 신 영의정 성준 아뢰오.
연산
당신 영의정인 거 아니까 그냥 말해.
성준
본디 연회에 광대패를 부를 때는.
연산
(말을 끊으며)
설마 법도 얘긴 아니겠지?
성준
그 규모를 대 중 소로 나누어 연회의 성격과 의의에 따라 법도를 지켜 하도록 정해져 있거늘.
연산
(또 말을 끊으며)
그런 법도까지 있어?
도대체 나라를 세워 법도를 만든 거야,
법도를 만들려고 나라를 세운 거야.
성준
전하!
어찌 천한 광대들을 궁에 들이십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극균(좌의정)
그러하옵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연산
황공하면 얘기를 하지 마.
황공하다면서 할 말은 다해요.
이극균
선왕께서는.
연산
(말을 끊으며)
또?
(정색을 하며)
아버지와 비교하지 말랬지?
당신, 내가 옛날 좌의정들 들먹이며 당신이랑
비교하면 좋겠어?
사관들 연산의 험한 말에 붓을 멈추고 연산을 본다.
연산
당장 희락원을 설립하시오.
성희안
신 이조판서 성희안 아뢰오.
어명이라 하시면 받들지 않을 수 없사오나.
연산
어명이야. 받들어.
성희안
전국의 유생들과 초야의 원로대신들의 상소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연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요?
연산, 중신들을 노려본다.
중신들 머리를 조아리고 바닥만 쳐다본다.
연산 획 나가버린다.
중신들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조판서 성희안, 유독 표정이 굳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