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가운데 상다리가 부러지게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상 주위에 둘러 앉아 있는 육갑 칠득 팔복,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다.
장생도 상기된 표정이다.
공길, 곁눈으로 장생을 살핀다.
육갑, 진수성찬을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육갑
젠장, 난 그 자리에서 뒤지는 줄 알았어.
오금이 저려서 놀 수가 있어야지.
칠득
(공길의 손을 덥석 잡으며)
형님, 고맙수.
팔복
형님 아니면 다 죽었지 뭐.
공길, 칠득과 팔복의 공치사에 장생의 눈치를 살핀다.
장생, 공길이 바라보자 대견함과 자괴감이 섞인 미소를 짓는다.
장생
먹자.
하고 음식을 덥석 집어 먹는다.
눈치를 살피며 침을 삼키던 팔복이 먼저 음식을 입에 넣는다.
육갑
이 놈아. 죽다 살아나서 그게 먹히냐?
팔복, 음식을 씹던 입을 멈추고 장생의 눈치를 살핀다.
육갑
(장생에게)
형님, 근데 우리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여기서 살아야 하는거요?
팔복
왕이 희락원을 세우고 거기서 살라잖아.
어명 어기면 죽는 거 아냐?
칠득
그럼 매번 왕을 못 웃기면 죽는 거야?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어.
장생
나가고 싶은 놈들은 나가.
난 안 나가.
육갑 칠득 팔복, 일제히 장생을 본다.
공길도 장생을 본다.
장생
왕이라고 대수야?
죽다 살아났는데 뭔 짓을 못해?
살기 위해 노냐? 놀기 위해 살지!
장생,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덥석 베어 문다.
공길도 입안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육갑 칠득 팔복, 머뭇거리다 음식을 먹으며 장생이 한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장생과 공길, 음식을 맛나게 먹다 눈이 마주친다.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