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 장생 육갑 칠득 팔복, 모두 곤장대에 엉덩이를 드러내 놓고 묶여 있다.
김처선과 의금부 도사, 곤장대 앞에 나란히 서있다.
의금부 도사
왕을 능멸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줄 알았더냐?
장생
저자거리에 나가보세요.
개나 소나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논게 뭐 대수요?
육갑 칠득 팔복 동조의 뜻으로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든다.
의금부 도사
무엄하다!
육갑
(조심스럽게)
거, 왕의 물건 땜에 그러시는 거면
우리 생각엔 그래도 왕인데!
아무래도 그 정도는 돼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의금부도사
광대놀음에도 정해진 법이 있다는 걸 몰랐느냐?
‘무릇 광대들이 소극을 만들어 하되 역대 제왕, 제후,
충신, 열사. 선현의 신상으로 장식하며 희롱하면...'
모두 침을 삼키며 초조한 표정으로 듣다가,
의금부 도사
곤장이 백대다.
하는 소리에 경악한다.
장생
(정색을 하며)
희롱한 거 아니라니까요!
의금부도사
이놈이!
여봐라, 저 놈들을 당장.
장생
(다급하게 말을 자르며)
희롱 당하는 놈이 봐야 그게 희롱이지
안 보는 데서야 뭔 짓을 못하오.
칠득
맞아. 까놓고 말해.
당신들도 왕이 안 보는 데서는 흉 볼 거 아니유!
칠득 자기가 해 놓고서도 멋진 말이라 생각해 으쓱하다 육갑이 눈총을 주자 찌그러진다.
의금부 도사
여봐라. 뭣들 하느냐?
저 놈들을 매우 쳐라.
나졸들 모두의 엉덩이에 일제히 물을 확 붓는다.
곤장대가 치켜 올라간다.
장생
잠깐!
김처선, 손을 번쩍 들어 나졸들을 멈추게 한다.
나졸들, 곤장대를 올린 채 김처선을 바라본다.
장생
내 곤장 백대에 목숨 부지했다는 사람 못 봤소.
그냥 죽는 건 억울하니 왕한테 보이기나 하게 해주쇼.
김처선
뭐야?
장생
자기를 능멸하는데 그걸 보고 웃을 사람은 없으니,
왕이 보고 웃으면 그게 왕을 능멸한 게 아니란
증거가 아니고 뭐겠소?!
안 그렇소?!
김처선
(짐짓 생각하는 듯하다가)
그래? 좋다.
(의금부 도사에게)
내 전하께 아뢰고 분부대로 시행할테니,
저 놈들을 옥에 가두도록 하시오.
김처선 묘한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짓는다.
공길과 육갑 일행, 침을 꼴깍 삼키며 김처선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