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갑 패를 쪼고 있다.
육갑 맞은편에 투전꾼1,2 앉아 있고,
육갑의 뒤로 공길과 장생, 칠득과 팔복 둘러앉아 있다.
육갑 패를 쪼더니 판돈을 두둑하게 건다.
투전꾼1,2 그 만큼씩 판돈을 건다.
육갑
(씨익 웃으며)
죄송해서 어쩌나.
가보(9)요.
투전꾼1,2 얼굴이 일그러진다.
육갑 엽전을 쓸어 모아 자기 앞으로 가져온다.
투전꾼1
저 놈 저, 투전판 돈 훑는 게 왕이
팔도 처녀들 훑듯 하네.
육갑
(넉살 좋게)
그 정도 하려면 아직 멀었지.
육갑이 신이 나서 다시 패를 섞어 돌린다.
그 사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주고받는 투전꾼1,2. 뭔가 심상치 않다.
투전꾼1
(패를 쪼며)
어디~ 나도 녹수년처럼 팔자 좀 한번 고쳐보자.
장생
(오가는 얘기를 듣다가 끼어들며)
누구요?
투전꾼1, 시골 촌놈 깔보는 눈으로 장생을 쳐다본다.
투전꾼2
녹수를 몰라?
왕을 치마폭에 싸고 앉은 궁녀 말이야.
투전꾼1
고 년이 왕의 눈에 들기 전에 날리던 기생 아니었소?
내 투전해서 딴 돈 죄 그년 치마 속으로 들어갔지.
칠득
녹수를 알아요?
투전꾼1
알다마다.
내 녹수의 기둥서방이나 다름없었으니,
족보를 따지자면 내가 왕하고 동서요, 동서.
투전꾼2
에끼, 이 양반아!
육갑 있는 돈을 다 건다.
투전꾼2 패를 던진다.
투전꾼1, 씨익 웃더니 그 만큼 돈을 건다.
육갑 패를 보이며 판돈을 가져가려 한다.
투전꾼1, 육갑의 손을 잡으며 패를 내보인다. 더 높다.
육갑 울상이 된다.
지켜보던 공길 장생 칠득 팔복 당황한다.
투전꾼1
자, 밑천이 거덜난 거 같으니 이만.
하고 일어서려 하는데,
육갑
(버럭)
여보쇼!
(투전꾼1 바라보자 비굴하게)
깨평.
투전꾼1 엽전 몇 닢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