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레한 몰골의 공길과 장생,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자거리를 헤매고 있다.
좌판 위의 떡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공길과 장생, 침을 꼴깍 삼킨다.
장생
먹고 싶지?
공길 멋쩍은 듯 웃는다.
공길과 장생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떡장수.
장생
판을 벌릴 만한 곳이 있나 휘~ 둘러보고,
한 판 논 다음에 배 터지게 먹자.
그 때, “이봐!”하고 누군가 부른다.
떡장수가 고개를 돌린 사이 재빨리 떡을 한줌 쥐어 주머니 속에 넣는 장생.
길가에 자리를 깔고 앉은 점쟁이가 공길을 쳐다보고 있다.
장생
(태연스럽게)
저요?
점쟁이
(장생을 보다 공길을 보며)
너 말고. 그래, 네 놈 말이야.
공길 머뭇거리는데,
장생, 공길을 끌고 점쟁이에게 간다.
공길과 장생, 점쟁이 앞에 쪼그려 앉으려는 순간,
점쟁이가 주저앉는 공길의 불알을 덥석 쥔다.
장생
(점쟁이의 손을 뿌리치며)
뭔 짓이요?
점쟁이
삼신할매가 불알을 엄한데 달았어.
쯧쯧쯧...
장생
이 늙은이가 뭘 잘못 먹었나?
점쟁이
이것만 안 달고 났으면 왕하고도 붙어먹었을 팔잔데.
장생
(공길을 바라보다)
헛소리 말고 나 좀 봐주쇼.
내 팔자는 어떤가?
점쟁이
복채는?
장생
(머뭇하다 아랫춤을 내밀며)
자, 내 것도 만지고 봐주쇼.
점쟁이
(어이없어 허허 웃더니)
어디 보자.
점쟁이, 장생의 얼굴을 쳐다보다 공길과 장생을 번갈아 본다.
장생
왜요?
내 불알도 잘못 달렸소?
장생이요, 내 이름이. 장~생.
이름대로 오래 살겠는 가 찬찬히 잘 좀 봐주쇼.
점쟁이
네 놈들, 갈라 서!
공길과 장생 마주 본다.
장생
우리가 부부요, 갈라서고 말고 하게?
그 때 저 만치서 흥겨운 풍악소리 들려온다.
점쟁이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장생이 이끌리듯 일어나 공길의 손을 잡고 달려간다.
점쟁이 걱정스런 눈길로 공길과 장생의 뒷모습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