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래로 양반들의 무덤으로 보이는 봉분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한 무덤가에 모여있다.
까치발을 하고 무슨 일인지 살피려는 공길과 장생.
사람들에 가려 잘 안보이자 나무 위 가지로 올라가 이들을 살핀다.
포졸들 한 무덤을 파헤치고 있다.
관복 입은 사령, 무덤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대부로 보이는 노인 거의 실신 상태로 통곡을 하고 있다.
노인
안 된다. 이 놈들!
하며 무덤 속으로 뛰어들려 한다.
노인
차라리 날 죽여라.
사령
(노인을 밀치며)
비켜라. 어명이다!
노인
네놈들이 사람이냐?!
노인 발악하며 달려들다 포졸들의 힘에 밀려 나뒹굴었다 달려들기를 반복한다.
포졸들 연신 무덤 밖으로 흙을 퍼낸다.
무덤 속에서 유골이 드러난다.
무덤 속을 기웃거리던 사람들 경악한다.
포졸들의 손에 유골이 들려 나온다.
노인
안 된다, 이 놈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날 죽이라 하지 않느냐.
하다 거의 실신한다.
사령 종이를 펼쳐들고 읽기 시작한다.
사령
어명이다!
대역죄인 김만서는 그 몸이 죽었다하나
사초에 거짓을 적어 선왕을 능멸한 대역부도한 죄를 지은
바 종묘에 고제하여...
사령이 어명을 읽는 동안 구경꾼들 쑥덕거린다.
장생과 공길 나뭇가지 위에 앉아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령
배향중신으로 있는 위폐를 묘정에서 내쫓고 무덤을
파해쳐 부관참시한 후 쇄골표풍하노라!
사령, 손짓을 하자 도끼를 들고 섰던 포졸이 유골을 내리친다.
유골이 조각난다.
발악하던 노인, 박살나는 유골을 보고 결국 실신한다.
지켜보던 공길과 장생, 놀란다.
장생
죽어 없어진 왕 때문에 저 지랄이야?
사령
뼈를 갈아 없애라!
마을 사람들 뜨악한다.
바람에 뼛가루가 흩날려 진다.
사령과 포졸들 노인을 들쳐 업고 사라진다.
마을 사람들 그 뒤를 따라 사라진다.
공길과 장생, 어느새 가지에 다리를 걸고 거꾸로 매달려 있다.
장생
살벌하네.
공길
그러게.
왕한테 잘못하면 저승까지 따라 오네.
근데 왕이 누구지?
장생
왕?
왕이 왕이지 누구야.
공길, 몸을 튕겨 가지에 걸터앉더니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장생
(몸을 대롱대롱 흔들며)
조~오타.
공길
거꾸로 보는 게 그렇게 좋아?
장생
좋지. 뒤집어 보면 신나잖아.
공길
장생아. 한양에서도 우리 재주가 먹힐까?
장생
걱정도 팔자다.
(휙 돌아 가지에 올라앉는다)
한양이라고 별거냐.
공길, 장생의 싱거운 소리에 씨익 웃으며 멀리 보이는 한양거리를 내려다본다.
공길과 장생, 동시에 빙 돌아 땅에 탁 내려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