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벽에 각시탈과 말뚝이탈이 나란히 걸려있다.
그 밑에 공길과 장생, 나란히 앉아 있다.
문이 열린다.
꼭두쇠 들어선다.
신경질적으로 감자가 든 소쿠리를 방 안에 내려놓는다.
광대1
(소쿠리를 보다가)
한 상 차려주기로 했잖아요.
이걸 누구 코에 붙여.
꼭두쇠
(장생을 노려보며)
안 쫓겨나길 다행인 줄 알고 먹어.
광대들, 일제히 원망하는 눈으로 장생을 쳐다보다 감자를 하나씩 집어 든다.
공길 소쿠리로 다가와 감자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가 장생에게 하나를 건넨다.
장생이 감자를 받아 드는 순간 누군가의 발이 감자를 발로 차버린다.
장생이 올려다보면 꼭두쇠가 화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공길 긴장한다.
꼭두쇠, 공길에게 ‘어서 가보라’하는 고갯짓을 한다.
공길, 잠시 머뭇하다 체념하듯 일어서려는데,
옆에 앉은 장생이 공길의 무릎을 눌러 주저앉힌다.
장생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가지마.
꼭두쇠, 말없이 장생을 노려본다.
공길 당황하며 꼭두쇠의 눈치를 살피고, 감자를 먹던 광대들 긴장한다.
장생
(공길이 손에 든 감자를 가로채 내던지며)
밥만 나오면 뭐든지 다 팔아?
꼭두쇠, 장생의 뺨을 철썩 갈긴다.
꼭두쇠
(공길에게)
뭐해? 빨리 안가?!
공길 일어나서 가려하는데,
장생
(꼭두쇠를 똑바로 쳐다보며 공길 들으라고)
그게 사는 거냐?
꼭두쇠
이 자식이 배시때기가 불렀구만.
장생, 쩔쩔매며 말리는 광대1을 아랑곳 않고 꼭두쇠를 노려본다.
꼭두쇠, 노려보는 장생을 발로 걷어차더니 쓰러지는 장생을 발로 밟는다.
공길
(다급하게)
하지 마요!
꼭두쇠, 공길의 말에 다소 진정되는 듯 멈추고, 공길이 나가려 하는데,
장생이 몸을 세우며 공길의 발을 붙든다.
꼭두쇠
안 놔?
장생, 놓지 않는다.
꼭두쇠, 장생을 패기 시작한다.
공길, 어쩔 줄 모르고 괴로워하다 장생의 손에서 발을 빼보려 하지만 안 빠진다.
광대1,2,3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꼭두쇠
니가 뭐야?
공길이가 간다는데 니가 뭐라고 지랄이야!
광대1,2,3 공길의 다리를 잡은 장생의 손을 떼려 한다.
장생 더 힘껏 공길의 다리를 부여잡고 공길을 바라본다.
장생
이 빙신아, 말해! 싫다고 말해.
니 재주를 욕보이는 짓이야.
공길, 장생을 바라보다 눈길을 피한다.
꼭두쇠
재주?
니깐 놈들 그 잘난 재주로 입에 풀칠이나 할 줄 알어?!
장생, 맞다가 공길의 발을 놓고 벌떡 일어난다.
장생
(말을 끊으며)
에이, 씨!
공길이 팔아, 먹고 사는 짓 그만해!
꼭두쇠, 장생의 기세에 잠시 당황하다 이성을 잃고 패기 시작한다.
꼭두쇠
(손으로 발로 닥치는 대로 패며)
이 새끼가?!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어디서 깽판이야, 깽판이.
장생, 선 채로 맞다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는다.
공길, 보다가 문가로 향한다.
장생, 달려가 문을 등지고 공길을 막아선다.
꼭두쇠, 공길을 밀치고 장생을 계속 팬다.
장생, 매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끝까지 문 앞에 주저앉아 물러서지 않는다.
꼭두쇠, 옆에 있던 징을 들어 장생의 머리를 내리친다.
엄청나게 큰 징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장생,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공길의 모습이 아득히 멀어지는 걸 느끼며 정신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