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뜻과 음
中 : 가운데 중, 原 : 근원 원, 逐 : 쫓을 축, 鹿 : 사슴 록
풀이
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황제의 자리를 다투는 것을 말한다.
유래
한신(韓信)은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한(漢)나라를 건설하는 데 누구보다 공이 많았으면서도 유방의 숙적이었던 항우(項羽)의 심복 장수를 숨겨 주는 등 석연찮은 처신을 거듭한 끝에 여황후(呂皇后)와 재상 소하(蕭何)의 함정에 걸려 모살당하고 말았다. 한신은 죽음에 앞서 하늘을 쳐다보며 탄식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괴통(蒯通)의 계책에 따를 걸.”
마침 이때 고조는 조(趙)나라 재상이던 진희(陳狶)가 산서성 대(代)땅에서 일으킨 반란을 친정(親征)하느라 도성인 장안에 없었다. 이윽고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온 고조는 여황후를 보고 물었다.
“한신이 죽으면서 뭐라고 한 말이 없었소?”
“괴통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고 분해 하더이다.”
괴통은 지난날 고조가 항우와 천하를 놓고 싸울 때 한신더러 독립하여 한 세력을 형성하라고 적극 권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고조가 알 까닭이 없었다. 어쨌든 한신이 한 말로 미루어 한신과 괴통 사이에 은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본 고조는 즉시 괴통을 잡아들였다. 그러나 괴통은 잡혀 와서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이 당당했다.
“네가 회음후를 보고 모반하라고 했더냐?”
“지난날 그런 적이 있었으나, 한신이 듣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놈! 그러고도 네놈이 지혜가 있다고 할 수 있느냐?”
“그때 한신이 신의 말을 들었던들 아마도 폐하의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말에 고조는 이성을 잃었다.
“이놈을 당장 끌어내다 삶아 죽여라!”
형리들이 우르르 달려들자, 괴통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폐하, 신이 무슨 삶아 죽을 만한 죄를 범했습니까? 진(秦)나라가 망하게 되어 도처에서 영웅호걸들이 일어났을 때를 돌이켜 보십시오. ‘진나라의 사슴[鹿(록), 제위를 말함]이 중원(中原)으로 달아났을 때 누구나 이것을 쫓았고[逐(축)]’, 그중 키 크고 발 빠른 영웅[유방]이 그걸 붙들었던 것 아닙니까. 그 옛날 대악당 도척(盜跖)의 개가 요(堯)임금을 보고 짖었다지만, 그것이 어디 요임금이 악당이기 때문이었겠습니까? 개는 원래 주인밖에 모르는 짐승이라 상대가 비록 임금이라도 주인이 아닌 이상 짖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신 역시 당시에는 한신만 알고 폐하는 잘 몰랐기에 짖은 것입니다. 그런데 천하가 평정된 지금에 와서 난세에 폐하처럼 천하를 노렸다는 이유만으로 삶아 죽이려고 하시니, 이게 과연 제왕의 도리, 사람의 도리에 맞는 일이라고 보십니까?”
한 군데 흠잡을 수 없는 논리였으므로, 고조는 괴통을 방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