縱 : 놓아보낼 종, 虎 : 범 호, 歸 : 돌아갈 귀, 山 : 메 산
풀이
호랑이를 풀어 산으로 돌아가게 하다. 즉, 적을 본거지로 돌려보냄으로써 화근을 남겼다는 뜻이다.
유래
후한(後漢) 말기, 유비(劉備)가 아직 불운의 연속으로 고난을 겪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간신히 서주(徐州)를 차지하여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했는가 했으나 배고픈 맹수 같은 여포(呂布)한테 성을 빼앗기고 쫓겨난 유비는 관우(關羽), 장비(張飛) 두 아우와 함께 허창(許昌)에 있는 조조(曹操)를 찾아갔다. 한 뼘의 땅도 갖지 못한 그로서는 기댈 언덕이라고는 조조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감정은 좋은 편이었고, 특히 유비에 대한 조조의 호의는 상당했다. 이미 황제를 끼고 승상으로서 확실한 강자의 위치를 굳히고 있던 조조는 유비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승상께서는 속고 계십니다. 유비는 큰 뜻을 품은 영웅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조조에게 이렇게 촉구한 것은 책사인 정욱(程昱)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책사인 곽가(郭嘉)는 다른 말을 했다.
“형편이 궁하여 찾아온 사람을 죽이면 세상 사람들이 승상을 보고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것은 작은 이익을 보려다가 더 큰 것을 잃는 짓입니다.”
조조는 곽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유비에게 더욱 성의를 보여 그를 계속 자기의 우군으로 잡아 두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욱이 간파한 대로 가슴에 웅지를 품고 있는 유비가 평생 고작 조조의 아랫사람으로 만족할 리는 없었다. 그는 서울을 탈출할 기회를 노렸고, 마침내 그 기회가 왔다. 전국 옥새를 가지고 황제가 될 꿈을 꾸고 있던 원술(袁術)이 세력이 궁해지자 기주(冀州)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사촌형 원소(袁紹)한테 빌붙으러 찾아가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온 것이다. 유비는 ‘이때다.’ 하고 조조를 찾아가 설득했다.
“원술이 원소를 찾아가려면 서주를 지나가야 합니다. 저한테 약간의 병력을 주시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원술을 붙들어 승상 앞에 끌고 오겠습니다.”
조조는 기뻐하며 황제의 형식적인 허락을 받아 유비에게 5만 병사를 딸려 주었고, 유비는 조롱에서 놓여 난 새처럼 신바람이 나서 서주로 향했다. 외지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들은 정욱은 깜짝 놀라 조조를 찾아가 말했다.
“어찌 그런 실수를 하셨습니까? 유비에게 군사까지 붙여서 내보내는 것은 ‘호랑이를 풀어 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縱虎歸山(종호귀산)]’과 같습니다. 속히 사람을 보내어 되돌아오도록 촉구하십시오.”
조조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욱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진한 의논이 있다고 이유를 대며 유비를 불렀지만, 그 속셈을 모를 리 없는 유비는 역으로 핑계를 대고 계속 말을 달렸다. 드디어 서주 부근에서 원술과 조우한 유비는 한바탕의 격전에서 원술에게 재기불능의 패배를 안겨 주었으며, 그 일을 계기로 자립하여 삼국 정립의 기초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