糟 : 술재강 조, 糠 : 겨 강, 之 : 의 지, 妻 : 아내 처
풀이
술재강과 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라는 뜻으로, 첫 혼인으로 평생을 해로하는 본처를 일컫는다.
유래
후한(後漢)을 세운 광무제(光武帝)는 일세의 영웅으로서 신하들과 백성들의 신망을 함빡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세상 모든 영웅들이 그렇듯이 여색을 좋아하는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조정 대신들은 광무제의 그런 이색 취미를 알고도 모른 척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임금의 그런 모습을 서슴없이 나무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어사대부 송홍(宋弘)이었다.
그는 덕성스럽고 온후한 성품이면서도 당당한 풍채에 걸맞게 입바른 소리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광무제한테는 과부가 된 누이가 있었는데, 오빠가 황제가 된 덕분에 호양공주(湖梁公主)라는 작호로 불리고 있었다. 광무제는 그 누이가 가엾어서 가능하다면 재혼이라도 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누이를 불러 은근히 의중을 떠 보았다.
“네 나이가 아까울 뿐 아니라, 이제는 천자의 누이 동생이니 어느 사내인들 마다하겠느냐. 그래서 너를 다시 시집 보내 줄까 하는데, 어디 눈여겨보아 둔 사람이라도 있으면 말해 보아라.”
그러자 호양공주는 볼을 붉히면서 대답을 했다.
“저어, 송어사 그분이라면……”
“아니, 송홍을? 하필이면 그 사람이냐.”
광무제는 기가 찼지만, 기왕 자기가 말을 꺼냈거니와 누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분명한 이상 한번은 시도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두고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하여 송홍을 불렀다.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넌지시 운을 떼 보았다.
“속담에 ‘신분이 고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버린다’고 합디다. 짐이 생각하기에는 그것도 인지상정이라고 보는데, 경은 어떻게 생각하오?”
상대방의 대답에 따라서 그의 아내를 밀어내고 누이 동생을 그 자리에 넣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다보고 꺼낸 질문이었다. 그러자, 송홍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대답했다.
“폐하, 황공하오나 신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일수록 잊지 말아야 하고[貧賤之交 不可忘(빈천지교 불가망)], ‘고생할 때 술재강과 겨로 끼니를 함께 때우던 아내는 결코 내치지 말아야 한다[糟糠之妻 不下堂(조강지처 불하당)]’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광무제는 더 이상 할 말을 잊었고, 병풍 뒤의 호양공주는 눈물을 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