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 : 임금 왕, 侯 : 제후 후, 將 : 장수 장, 相 : 서로 상, 寧 : 어찌 녕, 有 : 있을 유, 種 : 씨앗 종, 乎 : 어조사 호
풀이
왕과 제후와 장수와 대신이 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사람의 신분은 운이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죽고 2세 황제 호해(胡亥)가 즉위했으나, 그는 어리석은 임금이어서 환관 조고(趙高)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러니 정치가 제대로 시행될 리가 없었고, 국정 문란은 백성들의 고난으로 이어져 그 원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때 조정에서는 골칫거리인 빈민들을 멀리 변방으로 집단 이주시키는 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지휘 통솔을 맡은 사람이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란 자였다. 그들 역시 미천한 출신으로 이주자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대택향(大澤鄕)이란 곳까지 갔을 때 큰 비가 와서 길이 막히는 바람에 한동안 움직일 수 없는 형편에 빠져 버렸다. 따라서 관에서 정해 준 기한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만약 기한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참수형을 받게 되어 있었다.
“가도 죽고 가지 않아도 죽을 판이니, 차라리 큰일 한번 저질러 보는 게 어떻겠나?”
진승이 묻자, 오광도 찬성이었다.
“그래. 기왕 죽을 목숨이라면 이놈의 세상을 뒤집어 버리자구.”
이렇게 의논을 모은 그들은 암암리에 동조자를 모았다. 그래서 기회를 보아 감시역으로 따라가는 장위(將尉) 두 명을 처치하고 나머지 병사들을 꼼짝 못하게 제압한 다음 일행들에게 호소했다.
“우리가 이제부터 아무리 밤낮없이 부지런히 간다 해도 기한 안에 목적지인 어양(漁陽)에 도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거요. 그러니 가 봤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참수형뿐이오. 설령 참수의 칼날을 면한다 하더라도 그 척박한 변경을 지키다 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얼마 안 가서 황야에 해골을 굴려야 할 운명이외다. 기왕 죽을 목숨이라면 한번 큰일을 도모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왕과 제후, 장수와 재상이 어디 씨가 정해져 있소?’ 누구든지 세상을 얻으면 다 될 수 있는 것이오.”
그렇잖아도 술렁거리던 군중 심리는 그 열변 때문에 불이 당겨졌다. 그리하여 진나라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민중 봉기가 일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