玩 : 구경 완, 物 : 물건 물, 喪 : 잃을 상, 志 : 뜻 지
풀이
물건을 구경하다가 뜻한 바를 잃어버린다. 즉, 쓸데없는 물건에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 본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유래
은(殷)나라 마지막 군주인 주왕(紂王)은 성질이 음탕하고 포악한 데다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그 때문에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
‘은왕실은 이제 끝났다. 문제는 내가 언제 행동에 나서느냐 하는 것이다.’
세상 민심을 얻어 은나라를 뒤엎어야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서쪽 지역의 각 제후들을 통솔하는 서백(西伯)인 창(昌)이었다. 그는 겉으로는 주왕에게 충성하는 체하면서 암암리에 자체의 힘을 길렀다.
그러나 창은 포부를 펴 보지도 못한 채 죽었고, 그의 아들 발(發)이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여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 것이 기원전 1051년이었다. 민심을 등에 업고 들불처럼 기세를 올린 반란군은 파죽지세로 황하를 건너 은나라 서울인 조가(朝歌)를 향해 진군을 계속했다. 급보를 받은 주왕은 몹시 당황했다.
“관군은 뭐하느냐! 어서 적을 막아라. 모든 죄인들을 풀어 주어 군에 편입시키고, 필요하면 포로와 노예들까지 총동원하도록 하라.”
이런 왕명에 따라 70만이라는 적지 않은 병력이 급조 편성되었다. 따라서 숫자만으로는 발의 병력을 압도했다. 그러나 허울뿐인 관군은 삽시간에 무너져 서울은 함락되었고, 주왕은 불길에 싸인 대궐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은나라 30대 645년의 역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어서 주(周)나라를 건국하고 무왕(武王)으로 즉위한 발은 백성들을 위무하는 한편 사방에다 중원의 새로운 국가 창설을 알리는 동시에 신하로서 따를 것을 촉구했다. 그래서 많은 국가 또는 부족들이 앞다투어 사신을 파견해 조공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쪽의 아득히 먼 여(旅)나라에서 사신이 찾아와 많은 공물과 함께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무왕에게 바쳤는데 중국에는 없는 품종이었다. 무왕 앞에 다가온 개는 마치 절을 하듯 꿇어 엎드렸다.
“대왕의 위엄이 하도 대단한지라 이 짐승마저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사신이 이렇게 아첨하는 소리를 하자 무왕은 몹시 흡족하여 사신에게 큰 상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 영리한 개를 항상 곁에 두고 쓰다듬으며 애지중지했다. 그것을 본 태보(太保) 소공(召公)은 걱정이 되어 진언했다.
“완상물로써 환심을 사려고 하는 자들의 덕(德)은 진짜 덕이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전하께서 ‘물건을 노리개로 삼다 보면 큰 뜻을 잃지 않을까[玩物喪志(완물상지)]’ 염려됩니다.”
그 말을 들은 무왕은 깨달은 바가 있어 당장 그 개를 비롯한 진상품들을 제후나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정치에만 전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