蝸 : 달팽이 와, 角 : 뿔 각, 之 : 의 지, 爭 : 다툴 쟁
풀이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싸움을 말한다.
유래
전국 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은 제(齊)나라 위왕(威王)과 동맹을 맺었으나 위왕이 그 맹약을 깨뜨리자 몹시 노하여 자객을 보내어 위왕을 죽이려고 했다. 그래서 대신들을 모아 놓고 의논했는데, 공손연(公孫衍)이 이견을 내놓았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하수인을 보내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마땅히 군대를 보내 공격하는 것이 떳떳한 방법입니다.”
계자가 대뜸 반대하고 나섰다.
“그것은 전쟁을 일으키자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고 백성들은 몹시 불안할 뿐 아니라 비용 충당에 허덕이게 될 것이 아닙니까. 따라서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화자(華子)가 나서서 두 사람의 의견 모두를 신랄하게 공박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결론도 없이 논쟁만 지루하게 계속될 뿐이었다. 위왕이 몹시 짜증스러워하자, 혜시(惠施)가 말했다.
“대진인(戴晉人)이란 현인이 있습니다. 학문이 높을 뿐 아니라 사물의 이치에 매우 통달한 인물이므로, 그 사람을 초청해다 물으면 속시원한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대진인이 조정에 불려와 혜왕을 만나게 되었다. 논란의 발단에 대해서 듣고 난 대진인은 매우 철학적인 방법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풀어 나갔다.
“전하께선 달팽이란 미물을 아시겠지요?”
“알다마다요.”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 만씨(蠻氏)라는 나라가 있는데, 양쪽이 영토 분쟁을 일으켜 격하게 싸우는 바람에 전사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 지 보름만에야 겨우 싸움이 멎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믿으시겠습니까?”
“원, 그런 터무니없는 엉터리 이야기가 어디 있소?”
“그러시다면 이번에는 사실에 비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이 우주의 사방 위아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오.”
“물론입니다. 우주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정신을 무한한 공간에 두어 노닐게 하면서 이 유한(有限)한 땅덩이를 내려다본다고 할 때, 나라 따위는 있을까 말까 한 아주 작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겠지요.”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大梁)이라는 서울이 있으며, 그 서울의 대궐 안에 전하가 계십니다. 또 한쪽에는 제나라가 있고 그 임금으로 위왕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주의 무궁함에 비추어 볼 때 전하와 위왕이 전쟁하는 것이나 ‘달팽이 촉각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대진인은 거기까지만 말한 다음 자리를 떴고, 혜왕은 제나라와 전쟁할 생각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