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 : 까마귀 오, 孫 : 손자 손, 公 : 귀인 공, 主 : 주인 주
풀이
오손에 간 공주라는 뜻으로, 정략 결혼의 희생양이 된 비운의 여인이다.
유래
한(漢)나라 때 중국 대륙의 서쪽 황량한 변방에는 오손(烏孫)이라는 유목 민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천산산맥(天山山脈) 북쪽에서부터 일리 강 유역의 분지를 포함해 아랄 해로 흘러 들어가는 시르 강 유역까지 드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고, 그 본거지는 시르 강 상류의 나린 강 계곡에 있는 적곡성(赤谷城)이었다. 그러나 오손은 한나라 쪽에서 보면 그다지 큰 위협적 존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북방 몽골 평원을 근거지로 삼고 한나라 땅을 끊임없이 침범하는 흉노족(匈奴族)이 더 골치 아픈 적이었다.
‘오랑캐를 견제하는 데 오랑캐를 이용한다.’
이런 계략적 방침에 따라 한나라 7대 황제인 무제(武帝)는 오손과 손을 잡아 흉노를 무찌르기 위해 장건(張騫)을 오손에 칙사로 파견했다. 그리하여 적곡성에 찾아간 장건은 오손왕에게 말했다.
“저희 황제 폐하께서는 전하와 한집안이 되어 오래오래 부귀영화를 같이 누리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저희 황실의 아리따운 공주 한 분을 전하께 출가시키고자 하시니 기꺼이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 어느 역사를 보든 간에 미색을 탐하지 않는 권력자는 없다. 오손왕 역시 자기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명한 중국 황실의 공주를 거저 얻게 되자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이 정략 결혼의 가엾은 희생자는 무제의 형인 강도왕(江都王)의 딸 세군(細君)이었다. 그녀는 울고불고 발버둥을 쳤으나, 이미 위에서 내린 결정을 그녀의 힘으로 뒤집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두 나라는 동맹을 맺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나라는 남쪽에서, 오손은 서쪽에서 흉노를 협공하여 이들을 북방 멀리 내쫓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그때까지 흉노의 지배 아래 있던 서역 소국들은 모두 한나라의 그늘 속으로 들어왔고, 한나라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묶어 두기 위해 구자(龜玆)에 서역도호부(西域都護府)를 설치했다.
이로써 한나라는 흉노의 시달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셈이 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가족과 고국으로부터 강제로 격리되어 낯선 이국 땅에서 눈물로 나날을 보낸 한 여인의 가여운 인생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