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 : 거스를 역, 鱗 : 비늘 린
풀이
거꾸로 박힌 비늘이라는 뜻이다. 즉, 임금의 분노를 가리킨다.
유래
전국 시대 한(韓)나라는 진(秦), 조(趙), 위(魏), 연(燕), 제(齊), 초(楚) 등 6국에 비해 국토의 넓이로나 국력으로나 현저한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래서 항상 위태위태한 형편 속에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한비자(韓非子)로 더 잘 알려진 한비(韓非)는 한나라의 공자(公子)로 나라의 현실이 걱정스러워진 나머지 임금을 배알하고 이렇게 진언했다.
“지금 우리 한나라는 크고 강한 나라들의 한복판에 끼어 있는 형국이므로 언제 그들의 침공을 당할지 모르는 형편이며, 특히 서쪽 진나라는 노골적으로 흉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비상시국을 맞아 나라를 보전하고 왕실과 백성들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부국강병을 기필코 이룩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엄정한 법 집행으로 기강을 올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사안일에 빠진 한나라 임금이나 조정은 한비의 충언을 귓등으로 흘려 들었다. 이에 낙심한 한비는 자기 철학인 법치주의를 정리하기 위한 저술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한비자』의 ‘세난편(世難篇)’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띈다.
“용은 성질이 유순하므로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솟은 비늘[逆鱗(역린)]’이 있으니,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약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군주한테도 역린이 있은즉, 군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임금에 대한 경외감과 기피심을 표현할 때 이 구절을 즐겨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