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 : 고기잡을 어, 父 : 아비 부, 之 : 의 지, 利 : 이로울 리
풀이
어부의 이로움이란 뜻으로, 쌍방이 다투는 사이 엉뚱한 제삼자가 이득을 챙긴다는 말이다.
유래
전국 시대 진(秦)나라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할 무렵의 일이다. 당시 각국은 얽히고 설켜 서로 잡아먹기 위해 으르렁거렸는데, 연(燕)나라에 흉년이 든 것을 기화로 이웃 조(趙)나라가 침공을 서둘렀다. 그 정보를 입수한 연나라는 급해졌다. 그렇잖아도 또 다른 이웃 제(齊)나라와 한창 싸우고 있던 중이므로 병력을 반분하여 양쪽을 다 상대해서 싸울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이 곤경을 모면하려면 아무래도 경의 수고에 기대는 수밖에 없을 듯싶소. 제발 부탁하오.”
연나라 소왕(昭王)이 이렇게 간곡히 말하며 매달린 상대는 소대라는 인물이었다. 합종책(合縱策)을 역설하여 6국의 재상을 겸임한 것으로 유명한 소진(蘇秦)의 동생이기도 한 소대 역시 세 치 혀 나라로 살아가는 세객(說客)이었다. 소왕의 부탁을 받은 소대는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을 찾아가서 만났다. 그리고는 직설적으로 연나라 공격의 부당성을 강조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이번에 제가 이 나라로 오면서 국경인 역수(易水)를 지나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물이 빠진 강가에 커다란 조개 하나가 입을 벌리고 볕을 쬐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도요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조개 속살을 쪼았습니다. 그러니 깜짝 놀란 조개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그 바람에 도요새 부리는 조개 입 속에 꼭 끼고 말았지요. 당황한 도요새는 ‘네가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계속 벌어진 채로 있으면 볕에 속살이 말라서 죽고 말걸.’ 하고 위협했습니다. 그러자 조개는 ‘흥! 내가 놓아 주지 않으면 네놈인들 굶어 죽지 않고 배길까.’ 하고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처럼 둘이 티격태격할 때, 마침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와 조개도 도요새도 함께 붙잡아 버렸답니다.”
이처럼 먼저 비유를 늘어놓은 소대는 비로소 본론을 꺼냈다.
“조개와 도요새가 오기로 버티다가 둘 다 죽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연나라와 조나라도 서로 싸우게 되면 같은 불행을 당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귀국의 바로 등 뒤에는 진나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귀국이 연나라와 싸워 힘이 빠지기를 기다려 진나라가 달려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혜문왕이 가만히 들어보니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더구나 현명한 재상 인상여(藺相如)가 옆에서 소대의 논리를 지원하는 간언을 올리는 바람에 마침내 연나라 침공 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