養 : 기를 양, 虎 : 범 호, 遺 : 남길 유, 患 : 근심 환
풀이
호랑이를 길러 근심을 남긴다는 뜻으로, 자기한테 무익한 상대를 단번에 제거하지 않고 사정을 봐 주다가는 훗날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유래
항우와 유방이 천하패자(覇者)의 자리를 놓고 피나는 싸움을 계속하던 무렵 항우의 병사들은 식량도 떨어지고 지칠 대로 지쳐 싸울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반면에 유방의 병사들은 군량에 여유가 있었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유리한 편이었다. 다만 유방의 입장에서 선뜻 항우를 칠 수 없었던 것은 자기 부모와 처자식들이 몽땅 항우의 진영에 붙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방은 부하를 보내 항우를 달랬다.
“저희 주군께서는 장군과 화해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홍구(鴻溝)를 경계로 삼아 동쪽은 초나라 영토로 하고 서쪽은 저희 한나라 영토로 하는 것이 어떤지 여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항우는 돌파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맞싸워 봐야 승산이 없으므로,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힘을 길러 다시금 천하쟁패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즉시 승낙하고 유방의 부모와 처자식들을 석방해 넘겨 주고 동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유방 역시 가족들에 대한 걱정을 던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여 서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장양(張良)과 진평(陳平)이 간언했다.
“지금 초나라군은 굶주림으로 사기가 떨어져 있어서 창칼만 들었지 병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반면에 우리 병사들은 배부르게 먹고 있어 기운이 왕성합니다. 따라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해야 초나라를 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이미 화의까지 했는데, 적의 곤경을 기화로 신의도 없이 그런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 있겠소?”
유방이 난처한 듯이 망설이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역설했다.
“이것은 하늘이 전하께 주시는 기회입니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치고 공격하지 않는다면 ‘호랑이를 길러 화를 남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빨리 결단을 내리십시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달라진 유방은 즉시 추격 명령을 내렸고, 급기야 초나라군을 겹겹이 포위해 항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천하통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