量 : 헤아릴 양, 自 : 스스로 자, 力 : 힘 력
풀이
자기 힘을 헤아린다.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을 똑바로 알고 거기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유래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은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일부인 설(薛)지방을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아 영지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쪽 초(楚)나라군의 침공을 받게 되었다. 설은 비록 한 귀족의 영지이긴 해도 인구의 번창함이나 물산의 풍부함에서 웬만한 작은 나라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므로 초나라가 욕심을 낸 것이다.
다급해진 맹상군은 자체 병력을 총동원하여 초나라군에 맞설 준비를 서두르는 한편, 제나라 조정에 사자를 급파하여 구원을 요청했다.
그런 긴박한 상황일 때, 부하가 뜻밖의 보고를 했다. 대부(大夫) 순우곤(淳于髡)이 지금 성 밖에 도착해 있다는 것이다. 귀가 번쩍 뜨인 전문은 몸소 한달음에 달려 나가 순우곤의 손을 잡으며 반겨 맞았다.
“대부께서 먼 길을 마다 않으시고 누추한 곳까지 찾아 주시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전하의 칙명을 받들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명공을 뵙고 싶어 잠시 들렀습니다. 어려움을 당하신 터라 경황이 없으실 텐데 폐가 되지나 않을는지요.”
“무슨 섭섭한 말씀을! 좌우지간 어서 들어가십시다.”
전문은 순우곤을 데리고 들어와 융숭하게 대접했다. 그리고는 슬픈 얼굴로 간곡하게 말했다.
“갑자기 초나라군의 침공을 받게 되어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체 군사를 동원하여 막으려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중과부적이라 오래 지탱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디 명공께서 발벗고 나서서 어려움을 덜어 주시지 않는다면, 소생이 다시금 공의 얼굴을 뵐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부디 소생을 살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전하께 여쭈어 구원군을 파견하도록 손을 쓰겠습니다. 사정이 급하므로 어서 떠나야겠습니다.”
순우곤은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이윽고 서울인 임치에 도착한 순우곤은 선왕(宣王)에게 귀국 보고를 했다. 초나라 임금과 대신들을 만나 양국간의 외교적 관심사를 이러저러하게 논의하고 여차여차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하자, 선왕이 물었다.
“그런데 지금 초나라군이 설을 침공한 것은 어떻게 된 것이오?”
“신이 그렇게 설명했어도 초나라 사람들은 우리 실정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다만 설이 맹상군의 영지이므로 그곳을 점령해도 우리 조정이 수수방관하고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오판한 것이지요.”
“맹상군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었소? 경이 귀로에 들러보셨으니 아실 텐데.”
“맹상군 역시 ‘자신의 역량을 똑바로 알고[量自力(양자력)]’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전하께 구원군을 청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스스로의 힘으로 초나라군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신이 보기에 그것은 한낱 만용에 지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설에는 돌아가신 임금님들의 종묘(宗廟)가 있는데, 만약 초나라군이 그곳을 점령해 버리면 종묘는 보존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원군 파견에 소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선왕은 그 말을 듣자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옳거니! 그곳에 종묘가 있다는 사실을 과인이 깜빡 잊고 있었구나.”
그리고는 즉각 전군 동원령을 내렸다. 제나라군이 설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초나라군은 서둘러 철수하고 말았다. 순우곤의 재치 덕분에 맹상군과 설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